동네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용문사의 1500년 된 은행나무 앞에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남우(박인환)는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는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큰 아들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아버지에게 이제 그만 사진관을 팔아 자신의 사업 자금을 대달라고 조른다. 남은 생이 길지 않다는 것을 예감한 남우는 주인 잃은 사진을 제 주인에게 전달한 다음 조용히 생을 정리하려 한다. 손님들에게 사진을 전달하러 집을 나선 날, 남우는 첫 번째 사진의 주인인 거리의 악사 달주(남경읍)를 만난다. 그리고 달주가 좋아하는 비디오가게 주인 은녀(오미희)도 만난다. 세 사람은 남우의 사진 배달 여행을 함께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아픈 과거를 공유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푸른 노을’은 해가 완전히 지기 전 하늘이 잠시 푸르게 물드는 순간, 빛과 어둠이 교차하기 시작하는 매직 아워를 말한다. 영화는, 인생의 뒤안길에서 담담히 생을 마주하는 노년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사진에 빠져서, 음악에 빠져서, 사랑에 빠져서 제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인물들은 여행을 통해 비로소 자신에게 떳떳해진다. 시간을 붙잡아두는 사진이라는 소재를 영화 전면에 내세운 것도 그러하지만 영화는 자주 회고조의 감상에 빠진다. 그리하여 죽음과 가난이라는 노년의 실존적 문제는 진지하게 다뤄질 듯 다뤄지지 못한다. 물론 박인환, 남경읍 등 이제는 누군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로만 등장하는 배우들이 자기 세대의 이야기를 오롯이 전할 수 있는 배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영화에 박수를 보내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