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조용한 열정> 19세기 은둔 작가 에밀리 디킨슨의 일대기
2017-11-22
글 : 김현수

고독과 죽음, 자연과 사랑에 대해 평생을 바쳐 시를 썼던 19세기 은둔 작가 에밀리 디킨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미국의 한 독실한 청교도 집안에서 나고 자란 에밀리(신시아 닉슨)는 어려서부터 마음이 곧아 옳고 그름을 분명히 표현하며 살아간다. 남북전쟁으로 미 대륙이 피로 물들고 사회 전체가 노예제도 폐지와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기, 에밀리는 누구 하나 ‘여성’의 자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현실에 늘 이의를 제기한다. 여성에게는 오직 뜨개질이나 무도회, 그리고 결혼만이 허락된 삶 속에서 에밀리는 언제나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그로 인해 가족, 친구들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살지만 에밀리는 자신과 세상을 향한 질문을 결코 거두지 않는다. <조용한 열정>은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신비를 찾고자 했던 에밀리의 삶을 마치 재현하듯 상상해보면서 그녀가 남긴 시의 예술적 가치가 뒤늦게 평가받은 이면을 들여다보려 한다. 에밀리가 남긴 시가 탄생하던 순간들, 이를 테면 어떤 결단이나 고통의 순간이 마치 1인 연극을 보는 듯한 연출로 눈앞에 펼쳐진다. 아무런 흔들림 없이 영화의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인물을 정면에서 바라보거나, 인물의 시선을 따라 종종 유려하게 흐르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극중 에밀리의 성격을 반영한 듯 어울린다. 에밀리가 때로는 표독스럽게 굴기도 하고 이기적으로 보일 때도 있으며 사회성과는 거리가 먼 독설의 대가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녀의 삶을 비스듬히 왜곡하지 않는다. 그녀의 삶을 정면으로 응시함과 동시에 21세기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도덕적, 윤리적으로 피폐한 현실인지도 함께 생각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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