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이제 너에게 남은 희망은 나 밖에 없어”
2017-11-2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1960년, 일제식민통치의 그늘이 여전히 남아 있는 대만 사회는 국공내전 이후 ‘본토’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 어둠은 단지 어른들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진다. 당시 청소년들은 자체적으로 폭력 조직을 만들어 서로에게 칼을 휘둘렀지만 어른들은 이를 몰랐거나 모른 척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이 혼란에 휘말린 소년 샤오쓰(장첸)는 친구들의 문제, 가족들의 문제 그리고 좋아하는 소녀 밍(양정의)의 문제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26년 만에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하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대만의 에드워드 양 감독이 연출한 다섯 번째 작품이다. 당시 미성년자가 저지른 최초의 살인사건이었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1960년대 대만 사회의 어두운 상황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린다. 거의 네 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을 가진 이 작품을 간단히 정리하는 건 쉽지 않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건 감독이 영화 속 인물들이 왜 이런 고통을 겪는지 명쾌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과 이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도 쉽게 말을 꺼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신 감독은 237분 동안 주인공이 속한 사회의 그늘을 예민한 눈으로 관찰한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세대간 단절, 사상 대립, 급격한 도시화, 남녀차별 등의 문제가 한 덩어리로 뭉쳐 있음을 알 수 있고 나아가 한 인물의 가슴 아픈 비극이 그 사회의 적나라한 단면임을 깨닫게 된다. 개인의 문제를 언제나 그 사회적 풍경과 함께 묘사했던 에드워드 양의 고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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