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그렌델> 욕망은 인간을 다른 존재로 만든다
2017-11-2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주인공 한준(윤한민)은 살인 게임을 소재로 <지그문드>라는 소설을 쓴 작가지만, 대중에게 외면받은 뒤 출판사 편집국에서 일하고 있다. 인기 작가의 서평을 쓰며 재기를 꿈꾸던 한준에게 <지그문드>의 팬을 자처하는 익명의 인물, 그렌델(김태현)이 메시지를 보낸다.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착각하는 그렌델은 작품의 결말을 바꿔야 한다며 한준을 찾아와 괴롭히고, 소설 속 게임을 모방한 살인사건을 일으킨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이 된 한준은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고, 경찰도 그에게 수사의 자문을 구한다. 그러나 사실 한준은 살인사건에 교두보가 된 인물이다. 한준은 자신의 개입 사실을 숨기고 경찰 수사에 가담해 수사 방향을 다른 쪽으로 몰아가려 한다.

영화는 사건의 실제 범인을 추적하기보다 다양한 이유로 사건과 연루된 이들의 초상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한준은 자신의 치부를 알면서도 매스컴의 관심을 외면하지 못하며, 젊은 기자 정현(김가은)은 이 사건으로 특종을 하려는 욕심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이들 앞에 살인범이 한준에게 보낸 협박 편지에 등장했던 인물 하늘(이보영)이 등장한다. 세 사람은 살인사건이라는 게임에 입장한 플레이어로, 각자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아슬아슬한 게임판을 떠나지 않는다. 경찰이 끝까지 한준의 비밀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그가 경찰의 수사 방향을 좌우하는 설정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나, 그보다는 인물간의 역학 관계에 초점을 두고 보아야 하는 작품이다. 윤한민 감독이 연출과 각본, 주연까지 전방위로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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