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메리와 마녀의 꽃> 봉인된 마법의 힘을 깨운 소녀, 마녀가 되다!
2017-12-06
글 : 김현수

2013년,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부가 해체되면서 프로듀서인 니시무라 요시아키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을 주축으로 한 소속 애니메이터들이 제작사 ‘스튜디오 포녹’을 새롭게 차렸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 <추억의 마니>(2014)를 연출했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공교롭게도 창립작인 <메리와 마녀의 꽃>을 연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브리 시절의 연장선이면서 동시에 지브리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을 표방하게 된 셈이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와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메리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까지 난 유별난 외모는 물론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덤벙대는 자기 자신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고양이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던 메리는 그곳에서 이상한 꽃이 있는 숲을 발견하게 된다. ‘야간비행’이라 불리는 꽃의 진짜 정체를 모른 채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온 메리는 정해진 운명에 이끌리듯 마법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메리가 빠져들게 된 마법 세계는 ‘엔도어 대학’이라는 마녀 양성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 그곳에서 메리는 야간비행 덕분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마녀로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하지만 메리는 마법 세계에 빠져들수록 진짜 마법 세계의 허실을 깨닫게 되면서 현실로 돌아오려 고군분투한다.

영국 작가 메리 스튜어트의 <메리와 마녀의 꽃>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나 <마녀 배달부 키키>(1989)와 같은 걸작의 흔적을 전혀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영화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은 지브리 시절의 전통적인 작화 방식에서 약간의 변형만을 주고 액션이나 이야기 역시 지브리 영화들의 자장을 느껴볼 수 있는 식으로 꾸몄다. 그러다보니 작품 자체로서는 비교적 명확한 장단점을 갖게 됐다. 지브리 특유의 스토리를 답습하면서 이야기는 예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이제껏 정적인 영화만 연출했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이렇게 역동적인 어드벤처영화 연출도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은 감독 개인의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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