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누명> 놈이 살인을 시작했다!
2017-12-06
글 : 임수연

1960년대, 헝가리의 작은 마을 마르푸에서 여성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수감시켰지만 살인사건은 멈추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범인을 오인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수사 중이던 중견 형사와 젊은 형사는 사건을 대하는 입장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

이 영화는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늦은 밤 괴한에게 습격당하고 목숨을 잃는 여성 피해자들을 다루는 많은 작품들과 같은 궤도에 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수감시킨 후에도 다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거나 중견 형사와 젊은 형사가 대립하는 그림도 익숙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가 여타 작품과 차별되는 요소는 1950~60년대 헝가리 마르푸가 처해져 있던 상황 그 자체다.

1956년 헝가리 혁명과 1968년 같은 동유럽에서 있었던 프라하의 봄 사이, 민중의 힘으로 공산당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아직 공산주의의 그림자가 남아 있던 외진 마을의 분위기가 영화에 잘 반영돼 있다. 검경 시스템이 자리잡아가던 시기였기 때문에 수사를 둘러싼 인물들의 다양한 갈등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낡은 시스템이 가져오는 폐해, 새로운 세계에 대해 보이는 구시대의 저항, 더 나아가 잘못된 것을 시정하지 않으려는 인물들이 어디까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지 등 여러 화두를 스릴러 장르 안에서 흥미롭게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초반 강간 장면이 자극적으로 촬영되는 등 군데군데 세심함이 결여된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헝가리비평가협회에서 촬영감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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