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손오공> 제천대성 손.오.공.이 돌아왔다!
2017-12-06
글 : 김소미

명나라의 대중문학 중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서유기>는 온갖 매체를 통해 수십번 재해석된 중국 콘텐츠의 단골 소재다. 곽자건 감독의 <손오공>은 <서유기>를 모티브 삼은 중국의 인터넷 소설 <오공전>을 각색해 또 한번 시리즈의 부활을 꿈꾼다. 2013년에 주성치, 곽자건이 함께 연출한 <서유기: 모험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서유기의 세계관을 계승할 뿐 기존의 이야기에서 벗어난 캐릭터와 서사 전개가 첫인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전 작품이 주성치 영화 특유의 재기와 통쾌함을 무기 삼았다면, <손오공>에선 훨씬 더 규모가 커지고 웅장해진 액션의 볼거리가 중심부를 차지한다. 수백년 전 천궁의 지도자 천존에 의해 손오공(펑위옌)의 고향인 화과산은 폐허가 된다. 복수심이 손오공을 천궁에 이르게 하는데, 그가 천존의 딸 아자(니니)와 엮이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아자를 연모하는 신 양전(여문락)을 비롯해 결계교에서 전투를 벌이던 오공 일행은 다 함께 인간 세계로 떨어진 뒤 화과산의 주민들을 괴롭히는 요괴구름을 물리치고 다시 한번 천상계에 복수를 꾀한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 이들의 낭만적 세계는 곧 불교의 자비(慈悲) 사상을 토대로 윤회나 번뇌 같은 개념도 성글게 덧대어 나간다. <손오공>은 클라이맥스에나 한번 나올 법한 음악이 영화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과잉의 에너지가 핵심 동력인 작품이다. 신선과 요괴가 등장하는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약간의 유치함도 장르적 태도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서유기>의 방대함과는 별개로 장황하고 허술한 내러티브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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