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의 어느 외딴 막걸리 집에는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고 쓰인 문구가 걸려 있다. 단골 동네 주민이나 여행객들은 제각기 그 예언적 문구에 홀려 발을 붙이고 막걸리를 마신다. ‘돌아온다’는 강한 그리움으로 심신이 마모된 이들의 마지막 믿음이자 의지를 반영하는 동사다. 영화는 각각의 간절한 사연을 지닌 군상에 조금씩 시선을 할애한다. 일본으로 유학 온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게 되자 그를 따라 한국에 온 재일동포 선생님, 8년 전 집을 나간 이주민 아내 제니를 기다리는 남성, 어머니를 찾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스님(리우진) 등 이곳 마을은 어떤 형태로든 소외당하고 적응하지 못한 외지인들의 흔적이 스며든 곳이다. 김유석이 연기한 막걸리 집주인 남자는 늙은 아버지, 도시로 떠난 아들 모두를 잃은 채 언젠가 그들이 돌아와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주길 기다린다. 여기에 새로운 여성 주영(손수현)이 등장해 민박과 직원 노릇을 자처하면서 막걸리 집의 풍경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주영의 SNS 홍보로 가게는 난데없는 성황을 이루지만, 주영에겐 분명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동명의 연극 원작을 각색했으며 마당에 모인 인물들이 감정을 토해내는 후반부의 대치 장면에선 이전까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연극적 구성이 제 몫을 다한다. 산안개가 자욱한 울주군의 수묵화같은 풍경이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의 결을 더한다. <영화판>(2011) 등 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허철 감독의 첫 번째 장편 극영화로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 경쟁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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