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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배우 마사순 - 반대에 도전하다
2017-12-07
글 : 송경원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레일이 깔린 안정된 삶을 살아가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유를 꿈꾼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6)의 칠월은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뜨거운 열망을 품은 여인이다. 중화권 차세대 스타 마사순은 그동안 반항기 넘치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기존 역할과는 정반대인 칠월 역을 소화한 끝에 안생 역의 주동우 배우와 함께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바야흐로 도약의 시점이다.

-제53회 금마장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최초로 공동 수상했다.

=금마장에서의 공동 수상은 정말 생각지 못했고 매우 감사드린다. 사실 수상 후 전반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그나마 제일 큰 변화는 좀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배우로서 나의 자질을 의심하던 사람들이 더이상 의심하지 않고, 나 역시 열등감을 조금씩 놓게 되었다. 안생 역을 맡은 주동우는 연기를 하는데도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편한 친구다. 사적인 자리에서와 연기할 때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원래는 안생 역으로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다.

=제작자이기도 한 진가신 감독님이 영화 <좌이>(2014)에서 반항심 짙은 나의 모습을 먼저 눈여겨보셨다고 들었다. 그 작품에서 보여준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증국상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같은 유형의 배역을 되풀이하기 싫었다. 배우로서 다양한 배역을 시도해보고 인간의 여러 면모들을 탐구해보고 싶었기에, 마침 표현하기 어려운 칠월의 억눌린 듯한 모습이 나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켰다.

-칠월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복잡한 캐릭터다. 미묘한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한 비결이 있다면.

=배역에 몰입하여 그 감정들을 진실되게 느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엔 원인과 결과가 있고, 어떤 비극이라도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입장이 되어 그 부분을 상상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한쪽 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게도 칠월 같은 면과 안생 같은 면이 함께 있다. 칠월과 안생 둘 다 안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칠월이 빙하 속에 묻혀 있는 화산이라면 안생은 화산 속의 온천이라고 볼 수 있다.

-증국상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어떤가. 현장 분위기가 가족 같았다고 들었다.

=나와 주동우 배우에게는 큰오빠 같은 사람이다. 감독과 배우 사이라기보단 오히려 친구 같은 관계였다. 종종 같이 농담을 하며 놀기도 했고. 감독님이 자주 비니를 쓰고 와서 주동우 배우가 대머리 같다고 놀리기도 했다. (웃음) 감독과의 스스럼없는 소통이 우리가 더 섬세하게 배역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줬다.

-복고, 시대에 대한 향수, 우정, 사랑, 동성에 대한 이끌림 등 관객이 보고자 하는 바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복합적인 이야기다. 당신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영화 속 질문, 혹은 주제는 무엇인가.

=나를 제일 사로잡았던 부분은 원작에서도 부각되었던 ‘삶을 교환’한다는 상상력이다. 양극단의 인물들이 서로 상대방의 삶을 관찰하고 바라보는 건 일종의 교환이나 다름없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부터 칠월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영화가 된 지금까지도 고민이다.

-내레이션이 많은 만큼 대사가 무척 아름답고 의미심장하게 와닿는 영화다. 좋아하는 대사가 있나.

=칠월이 안생에게 찾아가서 극중 내내 엉켜 있던 모든 것을 풀어내는 대사가 있다. “네가 미웠지만, 그래도 내겐 너밖에 없었어.” 칠월이라면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더 너그럽게 두고 생각할 것 같다. 칠월의 모든 감정의 원천은 가명(이정빈)이 안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가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모호하고 막막해서가 아닐까.

사진 (주)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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