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키운 자식, 줄여서 ‘법자’(김성철)로 불리는 이가 구치소 아침 배식을 기다린다. “겨울이라 소고기뭇국 자주 나오겠다. 서부(구치소)는 한식을 잘해서 살쪄서 가겠어요.” 얼마나 자주 옥살이를 했으면 전국 교정시설의 사철 메뉴와 조리 수준을 품평하는 경지에 다다랐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에도 비슷한 대사가 있었다. “거기(구치소) 가면 아침식사는 튀김, 점심식사는 돼지고기, 저녁식사는 이면수(임연수어) 좋다.” 부랑자 최씨(김뢰하)의 뜻모를 소리가 <9시 뉴스> 자막으로 옮겨지니까 대단히 중요한 사실처럼 각인된 장면이었다.
검증할 길 없이 17년이 지난 이즈막,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감옥에서의 삼시세끼를 구경 중이다. 꼬박꼬박 부감으로 잡아주는 재소자들의 식사 장면은 자유가 제한되거나 통제로 인해 증폭되는 갈망을 대리체험하게 하는 일종의 서비스 컷이다. 법무부가 제공하는 1식 3찬 따위 평생 경험할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바로 그 때문에 플라스틱 통에 볼품없이 담긴 계란말이며 닭볶음탕, 돈가스에 현혹되고, 잠깐 스쳐지나가는 ‘이달의 식단표’를 자세히 보려 고개를 쭉 빼게 된다. 또한 음식은 극중 교도소의 일상과 인간관계를 비추는 주요 소도구로 쓰인다. 음식에 욕망이 집중돼 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하며, 거래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의 교도소 적응기를 두고 너무 먹는 얘기만 한 것 같아 민망하지만, 감옥 하면 ‘콩밥’부터 떠오르는 연상작용을 업데이트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2014년 6월 이후론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의 수감자에게 100% 쌀밥이 제공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