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 끝내 놓을 수 없었던 단 한 사람
2017-12-20
글 : 김보연 (객원기자)

1901년 스웨덴 스톡홀름, 신문사에서 교정을 보며 살아가던 아비드(스베리스 구드나슨)는 우연히 가난한 화가의 딸이자 아름다운 여인 리디아(카린 프란스 쾨를로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리디아 역시 아비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가난 등의 사정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서로 멀어지고 만다. 얼마 안 가 리디아와 아비드가 각자의 가정을 꾸리면서 둘의 인연은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몇년의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우연히 오페라 공연장에서 재회해 열정적이고 비밀스런 만남을 시작한다. 헤어져 있던 시간만큼 애틋함이 밀려오고, 걷잡을 수 없이 서로를 갈망하게 된다. 그러나 잠깐의 행복을 누리면서도 두 사람은 이 아슬아슬한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걸 느낀다. 이미 결혼을 한 상태로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로서 그리고 부모로서의 의무가 짐지워져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배우 출신 여성감독인 페르닐라 아우구스트가 두 번째로 연출한 장편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은 얄마르 쇠데르베리의 소설 <시리어스 게임>을 배경으로 한 멜로드라마다. 이 작품에서 감독이 방점을 찍는 건 20세기 초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폐쇄적인 삶의 조건이다. 주인공 리디아뿐 아니라 이 영화 속 모든 여성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리며 행복을 찾으려고 하지만 그 시도는 여성에게 자유를 허락지 않는 사회의 통념과 경제적 불평등 같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등장인물 모두가 이 암울한 조건에서 자유롭지 않은 가운데 감독은 여성들의 우울과 눈물을 특히 길게 보여주며 비극적 분위기 및 극의 주제를 강조한다. 비록 ‘불륜’이란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익숙하고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작품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공허하고 슬픈 표정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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