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극장판 포켓몬스터 너로 정했다!> 지우와 피카츄의 초창기 여정
2017-12-20
글 : 김소미

1997년 처음 등장한 <포켓몬스터> 세계가 극장판 20주년을 기념해 다시 태어났다. 10살 생일을 맞은 지우가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마을을 떠나는 것을 출발점으로 지우와 피카츄의 초창기 여정을 살뜰히 그려낸다. 오프닝 시퀀스에선 생일 아침에 늦잠을 잔 지우와 약간의 결함으로 다른 이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피카츄의 운명적 만남이 담긴다. 낯을 가리고 포켓볼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유별난 피카츄 덕에 둘은 힘겹게 씨름하지만 깨비참의 집단공격에 함께 맞서 싸우는 것을 계기로 전에 없던 애틋한 우정을 공유하게 된다. 석양을 배경삼은 장중한 롱숏, 애절한 오케스트라 음악은 이들의 끈끈한 유대를 마치 고전 버디무비의 한 장면처럼 진지하고 아름다운 태도로 비춘다. 이번 극장판을 사로잡은 중심 컨셉은 칠색조의 등장이다. 포켓몬들의 생명을 관장하는 칠색조가 지우에게 깃털을 떨어트리고 간 이후 지우는 다른 두명의 동료를 만나 무지갯빛 날개의 이끌림에 대해 전해 듣는다. 무지개 용사의 전설을 확인하기 위해 세 사람은 힘을 합쳐 멀고 험준한 산맥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칠색조뿐 아니라 숲속에 사는 전설의 동물 엔테이 등 그 어느 때보다 신비롭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포켓몬스터> 이야기다. 영화의 말미에서 세 친구는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갈래길에서 유유히 헤어진다. 특유의 의지와 긍정성을 자랑하는 지우로 인해 “살아가라. 미래를 믿고 어쨌든 살아가라”라고 말하는 <포켓몬스터>의 세계관은 교훈적인 만큼 뭉클한 감동을 준다. “불쌍한 내 인생~!”을 외치며 헛발질만 거듭하는 악당 로켓단 역시 여전히 귀여운 유머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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