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두 개의 사랑> 은밀한, 도발적인, 감각적인, 섹슈얼한.
2017-12-27
글 : 이주현

은밀한, 도발적인, 감각적인, 섹슈얼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작품에 자주 붙는 수식어들이다. <두 개의 사랑>은 그 모든 수식어를 동원해야 마땅한 작품이다. 알 수 없는 복통으로 산부인과를 찾은 클로에(마린 백트)는 의사로부터 통증이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정신과 전문의 폴(제레미 레니에)을 만난다. 폴과 마주 앉은 클로에는 전에는 사진 모델 일을 했고, 현재는 밀로라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고, 자신이 엄마의 하룻밤 사랑으로 태어났으며, 뭔가 결핍된 것처럼 마음이 허전하다는 고백을 늘어놓는다. 허물없이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관계는 곧 사랑으로 발전한다. 클로에와 폴은 동거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폴에게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클로에는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지 않는 폴에 대한 의심으로 쌍둥이 형인 정신과 의사 루이(제레미 레니에)를 만나러 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폴과는 너무도 상반된 루이를 욕망하게 된다. 폴과는 사랑을 하고 루이와는 섹스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클로에의 자아분열적 증상은 심해진다.

<두 개의 사랑>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소설 <쌍둥이의 삶>(Lives of the Twins)을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는 원작의 예리한 심리묘사를 바탕에 깔고 거기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젠틀한 폴과 강압적인 태도의 루이를 모두 욕망하는 클로에의 심리, 불안정하고 강박적인 심리가 빚어낸 기묘한 꿈, 쌍둥이 중 한명의 태아가 온전히 발달하지 못해서 다른 태아와 결합한 채 태어난 ‘기생성 쌍둥이’라는 설정 등이 영화에 환상성을 더한다. 하나가 되지 못하고 둘이 되거나, 둘이 되지 못하고 하나가 됨으로써 발생하는 결핍과 욕망은 거울을 이용한 대칭과 복제의 상(像)으로 반복해 제시된다. 도식적 상징이 넘쳐나는 가운데서 단연 빛나는 미장센은 배우들이다. 1인2역에 도전한 제레미 레니에의 연기는 그 자체가 영화적 상징으로 기능하고, 마린 백트의 과감한 연기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인물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영화라는 평은 감독이 아닌 배우 마린 백트에게 돌아가야 할 칭찬이다. 2017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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