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원더> “나는 평범한 꼬마가 아니다.”
2017-12-27
글 : 장영엽 (편집장)

“나는 평범한 꼬마가 아니다.” <원더>는 우주인 헬멧을 쓴 한 소년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어거스트 풀먼(제이콥 트렘블레이). <스타워즈>를 사랑하고 과학을 잘하며 크리스마스보다는 핼로윈을 좋아하는 어기의 꿈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유전자 문제로 27번의 성형수술을 거친 소년은 남들과는 다른 외모를 지녔다. 특별한 외모 때문에 아들이 상처받을까 두려웠던 어기의 부모, 이사벨(줄리아 로버츠)과 네이트(오언 윌슨)는 그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10살이 되던 해, 어기는 드디어 학교에 가기로 결심한다.

<원더>는 2012년 미국에서 출간한 이래 전세계 45개국 80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R. J. 팔라시오의 동명 베스트셀러(국내 출간명 <아름다운 아이>)가 원작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팔라시오는 영화 속 어기와 비슷한 외모의 소녀를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원더>를 집필했다고 한다. 남다른 외모를 가진 소년의 학교 적응기가 영화의 주요 내용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어기로 시작해 그의 누나 비아, 어기의 친구 잭 윌, 비아의 친구 미란다 등 <원더>는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챕터를 하나씩 선보이며 이야기를 확장해나간다. 집안의 관심이 온통 동생에게로 향해 있는 가정의 누나(비아)가 느끼는 외로움, 필요에 의해 어기에게 접근했지만 언젠가부터 그와 진짜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년(잭 윌)의 복잡다단한 마음, 화목한 가족을 둔 친구에게 묘한 동경심을 느끼는 소녀(미란다)의 마음 등 영화는 평범한 듯 보였던 인물들의 사연을 솜씨좋게 교차한다. ‘로맨스’라는 키워드를 제외한 <러브 액츄얼리>의 느낌이랄까. <월플라워>를 연출하고 <미녀와 야수>를 각색한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데 남다른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츄바카와 다스 시디어스를 활용한 유머가 반갑고 귀여울 것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기적’(wonder)은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함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따뜻한 필치로 담아낸 수작. <룸>으로 호평받은 아역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와 줄리아 로버츠의 호연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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