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무장단체에 납치된 프랑스 수도사들의 실화를 다룬 <신과 인간>으로 2010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프랑스 작가 영화의 새 얼굴로 자리잡은 자비에 보부아 감독. 그의 신작 <더 가디언스>가 지난 12월 6일 프랑스 전역에 개봉한 이후 관객과 평단의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다. 고립된 곳에서 생활하는 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뤄 여성 캐릭터가 부재할 수밖에 없었던 전작과 반대로 이번 작품은 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험한 농사일을 도맡으며 든든하게 후방을 지키는 강인한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1915년 파리디에 농장의 호르텐스 부인(나탈리 베이)은 전장으로 떠난 두 아들과 사위를 대신해 프랑신(이리스 브리)을 일꾼으로 고용한다. 힘도 세고 무슨 일이든 척척 잘해내는 프랑신이 맘에 든 호르텐스는 그녀에게 전쟁이 끝나도 농장에서 함께 살자 제안하고, 프랑신은 크게 기뻐한다. 하지만 휴가를 나온 그녀의 아들 조르지(시릴 데쿠르)가 프랑신과 사랑에 빠지자 호르텐스는 프랑신에게 누명을 씌워 농장에서 쫓아낸다. 이후 조르지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랑신은 이 사실을 편지로 호르텐스에게 알리지만 호르텐스는 편지를 불태워버린다. 여기까지만 보면 뻔한 드라마로 보이지만 화면을 가득 메우는 프랑신의 여유만만한 미소는 20세기 초 신여성의 탄생을 알리는 흐뭇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서점에서 나오다 우연히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프랑신 역을 따낸 이리스 브리의 순수한 얼굴은, 카롤린 샹페티에 촬영감독의 세심한 촬영으로 빛을 발한다. <더 가디언스>는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의 잔혹함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대신 보부아 감독은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육체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초상과 시골 농장의 경치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한 박자 느린 드라마 진행에도 지루할 틈이 없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