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페르디난드> 싸우지 않을 용기, 폭력에 반대할 용기
2018-01-03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싸움소 훈련장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기 소 페르디난드(존 시나)는 싸움보다는 평화와 꽃을 사랑한다. 어느 날 페르디난드의 아버지가 투우 시합에 선발되고 결국 돌아오지 못하자 페르디난드는 무작정 훈련장을 탈출한다. 겁에 질린 페르디난드를 발견한 소녀 니나(릴리 데이)는 페르디난드를 농장으로 데려와 돌봐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니나의 사랑 속에서 누구보다 큰 소로 성장한 페르디난드는 니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몰래 꽃 축제를 구경하러 간다. 축제장에서 벌에 쏘인 페르디난드는 아파서 날뛰다가 축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놓고, 결국 포획되어 다시 싸움소 훈련장에 끌려가게 된다. 페르디난드는 니나에게 돌아갈 결심을 하고, 훈련장에서 만난 시끌벅적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베스트셀러 동화이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천한 인권도서인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리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를 연출한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에는 없는 다양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재미를 더하고 스페인의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원작 동화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이 영화의 페르디난드는 오히려 용기를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싸우지 않을 용기, 폭력에 반대할 용기에 대해 말하며, 강인함은 폭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또한 <옥자>(2017)처럼 어른들의 세계와 동물과 아이의 세계를 대비시켜 어른들의 성찰을 이끌어낸다. 곡선과 수평으로 이루어진 페르디난드와 니나의 세계인 시골과 수직으로 이루어진 어른들의 세계인 도시가 대비되고, 이 대비 속에서 어른들의 냉정함과 폭력성이 암시된다. 직접적인 폭력 없이 어른들의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귀엽고 착한 동물 캐릭터와 선한 메시지를 가진,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기 좋은 유쾌한 애니메이션이다. 2018 골든글로브 장편애니메이션상, 주제가상 후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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