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굿타임> 속도감과 새로운 캐릭터를 가진 독특한 범죄영화
2018-01-10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영화는 일탈적 운동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범죄자들을 주인공으로 삼기도 한다. 일탈적 운동을 통해 관객은 자신이 알고 있던 도덕 명제를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타자와 조우하게 된다.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시드니 루멧의 <뜨거운 오후>가 그랬다. 그리고 여기에 이 영화 <굿타임>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 코니(로버트 패틴슨)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다. 코니는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 닉(베니 사프디)과 은행강도를 하고 나오던 중 경찰에 쫓기게 되고 닉만 체포된다. 닉을 빼내기 위해 보석금을 마련하려 하지만 보석금은 부족하고, 그 와중에 닉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코니는 병원에 잠입해 얼굴에 붕대를 감은 의식이 없는 남자를 데려 나온다. 그러나 이 남자는 동생 닉이 아니고, 공개 수배된 코니는 다시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코니는 마치 아이처럼 도덕관념이 희박하고 그래서 쉽게 거짓말하고 신의를 저버리며, 한치 앞의 미래도 보지 못한다. 코니는 닉을 빼내기 위해 미친 듯이 질주하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르기에 계속 뉴욕만 뱅글뱅글 맴돌며 원운동을 한다. 이 원운동이 가속화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치게 되고 코니 또한 튕겨나가지 않을까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영화가 계속될수록 코니를 이해하기 힘들어지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닉의 행동과 공간에서 우리는 (닉이 아니라) 코니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코니의 질주보다 세계의 질주 속도가 더 빠르기에 (닉처럼) 코니가 뒤처진 것은 아닐까. 혹은 닉만 자폐증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코니와 닉의 세계가 그들을 받아들여주지 않을 만큼 자폐적인 것은 아닐까. 코니의 꿈은 그저 닉을 울리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단순한 것이었다. 흔한 카체이싱 장면 하나 나오지 않는 이 저예산영화는 오히려 저예산으로 인해 코니와 닉의 작고 자폐적인 세계가 더 잘 드러난다. 속도감과 새로운 캐릭터를 가진 독특한 범죄영화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 <카이에 뒤 시네마> <필름 코멘트>의 2017 베스트영화 톱10에 선정되었으며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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