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자원고갈, 인구포화. 지상 최대의 과제를 해결할 놀라운 발명으로부터 <다운사이징>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노르웨이의 한 과학자가 사람의 몸을 13cm 크기로 축소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발명한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소인’이 되면, 약간의 돈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으며 소비하는 자원의 양이 대폭 줄어들기에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영화는 동요하는 세계 속 폴(맷 데이먼)과 오드리(크리스틴 위그) 부부의 일상을 좇는다. 각박한 삶에 지친 이들 부부는 소인이 되어 새로운 삶을 함께하기로 결심하지만, 다운사이징 시술 후 회복실에서 눈을 뜬 폴의 곁에 오드리는 없다. 홀로 소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폴은 윗집 남자 두샨(크리스토프 왈츠), 소인 커뮤니티의 청소부 녹란(홍차우)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간다.
예고편 영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 불운한 남자의 일상을 조명하던 <다운사이징>은 소인들의 세계 ‘레져랜드’를 배경으로 인종과 계급, 난민과 환경, 종말 등 거대하고 복합적인 이슈들을 거침없이 펼쳐나간다. <어바웃 슈미트>(2003)와 <디센던트>(2011) 등 결함 많은 인물들의 소소한 드라마를 솜씨 좋게 엮은 알렉산더 페인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이건 블록버스터급의 행보다. 하지만 <다운사이징>은 여전히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다. 세계의 위기보다 자아 발견과 지금 내 곁에 있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더 소중한, 유토피아보다 각자가 발딛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 더 주목하는. 창대한 시작에 비해 지극히 소소한 결론에 누군가는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