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BC 파업 사태가 끝난 후 들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팟캐스트 재방송에 노래가 한곡 나왔다. ‘여기는 관제소, 톰 소령에게’(Ground Control to Major Tom)라는 후렴구가 떠나지 않는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였다. 우주비행사 톰 소령과 지구의 관제탑간의 교신 내용을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 곡이다. 정극 연기에도 해학이 배어나오는 벤 스틸러 감독·주연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이 노래가 나온다. 월터가 용기를 내며 헬리콥터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 위그가 이 노래를 부르며 응원한다(월터의 상상이지만). 망상 속에서만 어딘가로 떠나던 월터처럼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는 평소 갈 일 없던 이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었다.
가끔 영화란 가사가 오래 맴도는 노래와 닮았다. 극적으로 포장한 월터의 여정이 내 삶과 비슷하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세세한 장면 장면에 나타난 감정이 마음에 겹쳐 들어와 몇번이나 눈물을 찔끔거렸다.
스탭 자막도 마지막에 도달할 무렵, 수년 전 기내에서는 보지 못한 오로라 풍경이 천천히 스크린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채도가 낮은 영화관 건물 바깥에는 언제 미세먼지가 있었냐는 듯 아스팔트 바닥 틈새를 물들이는 햇볕이 내리쬐었다. <Space Oddity> 오리지널 버전이 수록된 《David Bowie》 음반을 들으며 여운을 곱씹었다. 눈에 띄게 사람이 적은 종로3가와 을지로, 충무로 골목을 거쳐 명동과 덕수궁을 지나 광화문에 도착하니 해가 떨어졌다. 생각보다 괜찮은 2017년 마지막날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