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 정부가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고, 서 시장이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확인됐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1월 11일 공개한 문건 ‘김영한 수석 비망록에 언급된 김기춘 비서실장의 문화예술 분야 개입 관련’은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이 작성한 것으로, 특검이 김 전 차관 주거지에서 압수수색해 법원에 제출한 자료다.
이 문건에 따르면,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이 (<다이빙벨>) 상영 여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인사조치 등에 대해 서 시장으로부터 책임 있는 답변을 받아낼 것을 주문”했고, “본인(김희범)은 부산시에 출장가서 시장을 개별 면담하고 서 시장이 정부의 뜻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여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적시돼 있다.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으로 하여금 서 시장에게 전화할 것을 주문했고, 김 전 장관이 전화로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는 사실도 적시됐다.
서 시장을 포함한 부산시는 <다이빙벨> 상영 중단과 관련해 청와대, 문체부 등 당시 정부와 다섯 차례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시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의 직접 통화 1회, 송광용 전 교문수석의 지시를 받은 김종덕 전 장관과의 직접 통화 1회, 김희범 전 차관과의 독대 1회 등 세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김소영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김희범 전 차관은 서 시장과의 독대 외에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한 차례 직접 통화해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청했다. 신○○ 당시 문체부 콘텐츠문화산업실장 또한 김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부산시 정무부시장과 한 차례 직접 통화해 <다이빙벨> 상영중단이 청와대의 관심 사항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이 내용을 서 시장에게 보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근혜 정부와 서병수 부산시장 사이에서 <다이빙벨> 상영 중단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인사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사실로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1월 11일 <씨네21>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내용을 처음 들은 부산시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진행한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김기춘 전 실장으로부터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전화를 받았나?”라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행정안전위)의 질문에 대해 서 시장은 “받은 적 있다. 하지만 <다이빙벨>이 상영된다고 하는데 사회적인 갈등이 일어날 것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내용이었다”고 발뺌한 적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위증 등의 죄) 1항에 따르면,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답변을 포함한다)이나 감정을 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국회에서 국정감사 등을 종료하기 전에 자백하면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지만 이번 문건이 공개된 건 지난해 국정감사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이며, 무엇보다 그가 자백한 것도 아니었다.
한편, 진상조사위는 영화진흥위원회의 각종 사업의 최종 의사를 결정하는 9인위원회가 청와대와 김종덕 전 장관 라인으로 채워졌고, 이를 통해 블랙리스트가 작동된 것으로 파악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발표했다(<씨네21>은 다음주 1140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편집자). 진상조사위는 지난 1월 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조사 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는 4월 말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