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그것만이 내 세상> 서로 다른 두 형제의 불편한 동거생활
2018-01-17
글 : 김현수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라는 과거의 이력을 빌미 삼아 체육관을 전전하면서 스파링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간다.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하필 빗길에 미끄러진 차에 부딪혀 병원 신세까지 진 조하는 우연히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엄마 인숙(윤여정)과 조우한다. 과거에 엄마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복동생 진태(박정민)를 혼자 키우기 위해 자신을 버렸던 것. 오갈 곳 없던 조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부탁을 받고 집에 들어와 잠시 머물게 되는데, 그때부터 비범한 피아노 실력을 가졌으나 평범한 일상생활은 불가능한 진태와의 희한한 동거가 시작된다.

조하와 진태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풍경은 특별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진태로 인해 크고 작은 사건의 연속이다. 영화는 조하가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거나 어디를 가든 항상 아이처럼 보살펴야 하는 진태와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려 한다. 하루아침에 생면부지의 동생이 생기고 또 엄마를 대신해 그를 보호자처럼 돌봐줘야 하는 조하는 성격상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치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두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뒤흔드는 복선이 어색하게 끼어든다. 피아노와 연관된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는 신데렐라 스토리식 에피소드도 더해져 영화의 후반부는 굉장히 산만해진다. 톰 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레인맨>(1988)을 즉각 떠오르게 하는 두 사람의 캐릭터 설정은 배우 이병헌과 박정민의 잔잔한 연기 대결을 펼칠 장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엄마 인숙에 관한 말 못할 사연, 피아노 경연대회 예선 등 그들이 해결해야 할 사건이 너무 평이하다 보니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몸은 불편하지만 피아노 천재라는 캐릭터 설정상 피아노 연주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박정민은 이를 연습해 대부분 직접 연주했다. 이병헌이 과거 출연했던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나 <해피투게더>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가 연기하는 조하의 모습을 보며 추억에 잠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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