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별>은 다소 당황스런 설정을 끝까지 뻔뻔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 주인공은 화성인 아빠 주이치로(릴리 프랭키), 지구인 엄마 이요코(나카지마 도모코), 수성인 아들 카즈오(가메나시 가즈야), 금성인 딸 아키코(하시모토 아이)로 구성된 한 가족이다. 각자의 이유로 사는 게 만만치 않은 이들은 동시에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를 겪는 지구의 존립을 심각하게 걱정한다. 엉뚱하지만 시종일관 진지한 영화는 독창적인 청춘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2013), 현대 여성의 욕망과 탐닉을 파격적으로 그려낸 <종이 달>(2014)을 만든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이다. 막힘없이 여유로운 답변으로 작품을 향한 확신과 애정을 보여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을 만났다.
-미시마 유키오의 SF소설 <아름다운 별>(1962)이 원작이다.
=일본 문학계에서 매우 명성이 높았던 사람이다. 그 작품이 처음 나왔을 때 “제대로 된 작가가 왜 저런 이상한 걸 쓰지?”라며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SF계에서는 문학 같다고 하고, 문학계에서는 SF 같다고 하면서 어느 쪽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심지어 그의 팬들 중에서도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대학 시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작품을 쓰려고 했던 작가의 엄청난 용기에 감탄했다. 그때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에서는 엄마가 목성인으로 설정돼 있는데 영화에서 지구인으로 각색한 이유가 있나.
=1960년대의 일본 사회는 매우 가부장적이라 아빠의 존재가 크고 엄마는 수동적으로 끌려 가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현대를 배경으로 각색하다보니 엄마가 강한 캐릭터여야 한다는 직감이 오더라. 그래서 다른 가족과 다른 속성을 가진 존재로 만들었다.
-아주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상황은 엉뚱하고 비현실적이다. 주제의 무게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을 밀고 나간 이유가 있나.
=비극은 비극이고 희극은 희극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리얼하지 않다. 아무리 슬퍼도 웃음이 나는 요소가 있을 수 있고 아무리 웃겨도 그 안에는 슬픔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가 대비되면서 서로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고, 관객의 마음도 더 흔들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배우들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 작품을 만들고 싶어 몇번이나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다. 그때마다 주연으로 누굴 캐스팅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떠오르지 않더라. 그런데 내가 52살이 됐을 때 릴리 프랭키가 떠올랐다. 시나리오 쓰기 전에 먼저 캐스팅을 결정하고 그를 생각하며 주인공 캐릭터를 썼다. 재미있는 것이, <아름다운 별>의 아빠와 릴리 프랭키, 내가 모두 52살로 동갑이다. 나 역시 아버지의 나이가 됐을 때 비로소 캐릭터가 구체화되고 영화 제작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구인 엄마를 연기한 나카지마 도모코는 원래 좋아하던 배우다. 몸은 작지만 심지가 강하고, 끝까지 지구인으로 남으면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세 사람을 이끄는 힘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가 안성맞춤이었다. 금성인인 아키코는 극중 미인대회에도 연루되는, 관념적인 미에 깊이 관여되어 있다. 사는 데 굉장히 불편할 정도로 예쁜,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마스크를 원했다. 하시모토 아이를 보면서 저렇게 예쁜 얼굴로 살면 어딜 가나 너무 주목을 받아서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왔었다. 가메나시 가즈야는 TV에서 보면 인기 있고 잘생긴 아이돌이지만 어딘가 말투가 반항적이고 눈에 분노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막상 만나보니 아주 친절하고 착한 배우였지만 분노를 품고 있는 카즈오와 이미지상 잘 맞아서 캐스팅했다.
-“그러면 지구인이 되고 만다”라는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감독이 생각하기에 지구인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이렇게 살아야 해’, ‘영화산업은 이래야 해’, ‘세계는 이래야 해’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똑같은 지구인이면서 위에서 바라보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저 위에서 바라보는 우주인이 된 것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사이즈 이상의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우주 속에 지구가 있기 때문에 우리 또한 우주인이며 화성인·수성인·한국인·일본인 모두 우주인이다. 사람들은 경계를 지어야 알기 쉽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구분을 지으려 하는데 우리는 결국 모두 인간이다. 극중에서 화성인은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결국 모두 똑같은 존재다.
-<아름다운 별>의 주인공은 각자의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무시당하지만 결국 어떤 순간 목소리를 낸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종이 달>에서도 주변부 인물로 치부되는 사람들이 당당해지는 순간이 중요했다.
=항상 주인공을 만들 때 딱 한순간만이라도 세상을 이기게 하고 싶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해 보이더라도 한순간이라도 일탈을 하거나 진정한 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멋있거나 절망적인 인생은 없다. 사실 <아름다운 별>을 만들어낸 것 자체도 나에게 그런 사건이었다. 데뷔작보다 더 먼저 만들고 싶었던 작품이다.
-그렇게까지 <아름다운 별>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가 뭔가.
=내가 <아름다운 별>을 좋아해서 30년 동안 포기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아름다운 별>을 좋아했던 나의 기분이 지금을 만든 것 같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자유로운 혼이 당시의 젊은 나에게 굉장히 공감됐고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동안 만든 작품에 <아름다운 별>의 요소가 조금씩 녹아 있는데, <아름다운 별>을 만들고 싶은 상태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별>은 내 영화 인생의 모든 것이 함축돼 정리된 총결산 같다. 좀 극단적으로 영화 속 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아름다운 별>을 만드는 것은 나의 사명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을 좀 들여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