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과 함께-죄와 벌>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오늘 이 영화를 못 본 관객은 내일이라도 본다"
2018-01-18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천만 관객 돌파한 <신과 함께-죄와 벌>

“김용화 감독 딸이 1살입니다…. (중략) 영화 잘 봐주십시오.” 지난해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 개봉을 앞두고 열린 언론·배급시사에서 영화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영화 상영 전 무대에 올라 동정심에 호소하는 인사말부터 꺼냈다. 자칭, 타칭 ‘충무로에서 가장 웃긴 사나이’인 그가 한 말 때문에 그를 좀 아는 업계 플레이어들은 그가 또 개그를 하는 줄 알고 깔깔 웃었지만, 원 대표는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야심차게 내놓았던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이 83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이라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에 그치면서 다소 위축되어 있던 차다. 판타지 장르의 불모지인 충무로에서 35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들여 1, 2부 시리즈를 차례로 내놓는 그의 심정은 비장했다. <신과 함께>는 지난 1월 4일 관객수 1천만명을 넘어섰고, 10일 현재 1183만여명을 기록하고?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2012)에 이어 두 번째 ‘천만 영화’를 제작한 그를 만나 소감부터 물었다.

-축하 전화 많이 받았나.

=엄청 온다, 휴대폰이 없는 존재이고 싶다. (웃음)

-<광해, 왕이 된 남자> 때 축하 전화를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그때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자마자 캐나다 집에 가 두달 있었다. 캐나다까지 무슨 전화가 오겠나.

-이번엔 왜 캐나다에 안 갔나.

=캐나다에 있는 가족들이 한국으로 왔다.

-영화를 본 가족들 반응은.

=엄청 재미있어 했다. 특히 막내딸이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도 엑소와 도경수를 좋아해서.

-도경수가 연기한 원 일병(원동연 일병)은 본인 이름을 그대로 따왔던데.

=영화에서 원 일병이 관심사병이듯이 내가 영화계의 관심사병이다. (웃음) ‘죄 짓고 살지 말자’고 다짐하기 위해 캐릭터 이름을 그렇게 짓게 됐다. 막내딸이 영화를 보고 ‘아빠가 왜 도경수냐’며 엄청 싫어했다. (웃음)

-천만 관객을 기록할 거라 예상했나.

=겸손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영화가 손익분기점이 높은 영화니까 개봉 일주일쯤 지난 뒤 600만 관 객을 돌파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신과 함께>의 손익분기점은 1부와 2부 모두 합쳐 1200만 관객이다.-편집자), 여름영화처럼 빠른 속도로 천만 관객을 동원할 줄 몰랐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다소 얼떨떨하다(<신과 함께>는 개봉 16일 만에 천만 관객을 불러모았는데, 2014년 작품 <명량>의 12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강철비>와 <1987>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작이 앞뒤로 포진해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했는데.

=걱정이 많았다. 개봉 3개월 전에 일찌감치 개봉일을 확정한 건 우리 영화가 좋다는 소문을 스스로 내면서 경쟁이 안 치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작용한 건데, 결과적으로는 헤비급들끼리 붙었잖아. 매일 살이 쪽쪽 빠질 만큼 노심초사했고, 아내가 ‘왜 이렇게 밥을 안 먹냐’고 걱정할 정도였다. <강철비>가 지난해 12월 12일, <신과 함께>가 13일, <1987>이 14일로 하루 간격으로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공개됐었다. <강철비>는 시의성이 좋고 재미있었고, <1987>은 흠잡으러 갔다가 나와 내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보고 설득돼 펑펑 울며 극장을 나왔다. 경쟁작이 쟁쟁할 줄 알았으면 개봉일을 맨 뒤로 뺄 걸 그랬다. 개봉 일주일 전은 정말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나.

=시각특수효과(VFX)가 대규모로 투입된 판타지는 한국에서 다소 생경한 장르이지 않나. 그같은 새로운 형식에 ‘착하게 살자’, ‘부모님께 효도하자’ 같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신파라서 싫어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후반부에 울음을 주는 한방이 또 있었고. 관객이 화려한 VFX를 즐기고, 정서적으로도 보상받으시는 것 같다.

-개봉 첫주인 크리스마스 연휴 때 스크린 독과점을 의식해 스크린 수를 줄였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무슨 얘긴가.

=배급사인 롯데와 함께 결정한 건데, 롯데시네마의 스크린 배정 숫자를 알 수 있고 CGV와 메가박스의 그것은 추정이 가능하다. 크리스마스 연휴 때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스크린 수에 이르자 롯데 배급팀장에게 얘기해 300개관을 줄였다. 그때 좌석점유율이 80%를 기록할 만큼 관객이 몰려들고 있었는데 욕심을 더 부리지 말자고 했던 거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좀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영화를 오늘 못 본 관객은 이 영화에 손을 떼는 관객이 아니라 다음날, 다음주로 이월되는 관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크린을 독점할 이유가 없었고, 자체적으로 스크린 숫자를 줄여서 영화계도 자정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개봉 첫날 예매량이 무려 20만장이 넘었음에도 스크린 수를 1582개에서 시작했고, 스크린 수가 1900개가 넘은 날은 딱 하루뿐이며, 스크린 점유율도 30%를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돈도 직접 투자한 걸로 알고 있는데.

=공동 투자자로서 내 돈을 넣었기 때문에 욕심을 더 부릴 수도 있었다. 사실 나는 스크린 독과점과 관련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영화인들과 의견이 약간 다른 입장이다. 스크린 독과점의 기준이 전체 스크린 점유율 30%인지, 40%인지 명확하게 정하기가 애매하고 법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플레이어들의 자정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쪽 스크린을 줄여달라고 (극장에) 협조 요청을 한 것도 그래서다.

-6년 전,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의 어떤 면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나.

=웹툰의 영화화 판권을 구매했을 때 저승이라는 판타지 세계를 시각효과를 통해 구현해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웹툰을 읽으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살다보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많이 마주하지 않나. 죽어서 저승에 갔는데 누군가(원작에서는 진기한 변호사, 영화에서는 진기한 변호사 역할이 가미된 삼차사)가 나와 내 삶 그리고 내 죄를 대변하고 변호하는 설정이 너무나 섹시하고, 고맙고, 위로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대중도 나처럼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위로를 받으면서도 살면서 지은 많은 죄들이 생각나던데. (웃음)

=나도… 7개 지옥 중에서 XX지옥이 없어 정말 다행이었다. (웃음)

-<신과 함께> 흥행이 의미가 있다면, 판타지 장르가 거의 전무하고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서 손익분기점이 높은 영화가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설득할 때 이 영화는 내수용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이 겪은 사건이나 역사나 인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소구하는 감정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메이저 시장인 북미 지역까지 석권하고 오겠다는 얘기는 아니고, 유교·불교 문화권인 아시아에서만큼은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봤다. 원작 웹툰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리메이크돼 연재됐다. 그 사실을 롯데에 알려주면서 이 영화도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높고, 우리의 시도가 무모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한국영화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좀비를 소재로 한 <부산행>(2016)이다. <신과 함께>도 <부산행>처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해외 시장에서 선보여야 거대 자본 투입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게 이번이 처음인데.

=중견 제작자로서 한국에서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지는 게 약간 불만이었다. 물론 오리지널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웹툰이나 소설 같은 원천 콘텐츠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해외에 나가면 ‘이 영화는 K웹툰을 베이스로 한 작품’이라는 얘기를 꼭 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재 영화가 대만에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차례로 개봉할 예정인데, 아시아 지역 관객이 이 영화를 좋아해준다면 K웹툰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질 거라고 본다. 주호민 작가가 스타가 되고 돈을 많이 벌면 ‘제2, 제3의 주호민’이 계속 나올 거다. 그러면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원천 콘텐츠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거다. <신과 함께>가 해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영화로 자리매김하면 내 뒤에 나올 ‘밀리언달러 베이비’들이 아시아, 나아가 세계 시장으로 더 많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말씀대로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극장을 찾는 20, 30대 젊은 관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자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영화산업의 가장 큰 위기는 지금인 것 같다. 역사적으로 영화산업은 컬러 화면을, 사운드를, 디지털의 위협을 차례로 극복해왔다면 지금은 디바이스 전쟁이 벌어졌다. 디즈니가 이십세기폭스를 인수, 합병한 것도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애플이 넷플릭스를 인수, 합병한다면 극장이라는 전통적인 상영 플랫폼이 존재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이나 IPTV 같은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대중은 영화를 보기 위해 꼭 극장으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해 있고, 실제로 대중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넷플릭스 제너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거다. 넷플릭스에 익숙해진 관객이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꼭 극장에 가야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극장에서 봐야 할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가 완벽하게 구분될 것이다. 지금 내가 콘텐츠를 픽업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질문은 ‘이 아이템이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건가’다.

-그래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뭔가.

=스페인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감독 오리올 파울로, 2016)의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해 <마린보이>(2008)를 만들었던 윤종석 감독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또 <궁녀>(2007)를 연출했던 김미정 감독과 궁중 미스터리 소설 <미궁>(작가 최정미)을 영화로 만들려고 한다. <플레이>(2011)를 만들었던 남다정 감독과는 여름 공포영화 <생존>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경찰> <아이 캔 스피크> <범죄도시> 같은 중급 규모의 영화가 흥행하는 걸 지켜보면서 멀티 캐스팅을 하지 않아도 대중이 좋아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규모보다는 내실이 탄탄한 영화들로 준비하고 있다.

-<신과 함께>를 드라마로 만들 계획도 있던데.

=원작의 세계관이 너무 방대해 러닝타임이 한정된 영화에서는 인물과 세계관 그리고 서사를 압축시킬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 김용화 감독과 함께 ‘미드’ 스타일의 드라마로 사전 제작하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올해 여름, 극장판 2부를 선보인 뒤 내년 초까지 드라마 대본 작업을 해 내후년쯤 제작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드라마 제작 사실을 공유했고, 그들이 드라마에도 출연해주면 감사하지만 배우들도 일정이나 사정이 있으니 캐스팅이 어떻게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올해 개봉할 <신과 함께> 2부의 관전 포인트는 뭔가.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알려줄 수 없지만, 신은 인간들을 버리지 않고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 동시대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용서해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대립군>과 <신과 함께>의 상반된 성적 때문에 2017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 한해였을 것 같다.

=내가 되돌아보는 걸 되게 싫어하는 사람이다. (웃음) 자기 반성, 성찰을 싫어하는 이유가, 되돌아본다고 해서 과거가 바뀌는 게 아니니까. 자기반성을 했다면 화병에 걸려 오래 못 살았을 거다. (웃음) <대립군>은 가슴 아픈 자식이다. <대립군>에 굉장히 미안한 게, 영화는 만듦새만큼이나 기획의도가 중요한데 <대립군>은 대선을 앞두고 리더를 뽑는 상황에 맞춰 기획된 영화이지만 갑자기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대선이 5월로 앞당겨지면서 영화의 기획방향이 완전히 무너졌다. 물론 원래대로 개봉했다고 해서 결과가 더 좋았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감독이나 배우들이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한 건 속상하고 아쉽다.

-<대립군>으로 생긴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아니다, <신과 함께>가 다 치유해줬다. 실연의 아픔을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하는 것처럼 흥행 실패로 인한 아픔은 흥행으로 만회할 수밖에 없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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