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급기밀> 국방부의 내부 비리를 포착하고 고발하는 과정
2018-01-24
글 : 김성훈

홍기선 감독은 사회정의를 영화에 담아내 세상의 부조리함을 알리고 인간성 회복을 강조해왔다. 현대판 노예선이라 불린 새우잡이 배에서 벌어진 학대와 착취를 펼쳐냈고(<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선택>(2003)).

또 한국과 미국의 불평등한 협정 때문에 무고한 시민이 억울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했다(<이태원 살인사건>(2009)). 그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1급기밀> 또한 1997년 국방부조달본부 외자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군납 문제 폭로 등 군비리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라는 점에서 전작의 연장선상에 놓을 만한 작품이다.

군인 정신이 투철한 박대익 중령(김상경)은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다. 어느 날 공군 파일럿 강영우 대위(정일우)가 그를 찾아와 전투기 부품 공급 업체 선정에 의혹을 제기한다. 박 중령은 부품 구매 서류를 확인하다가 미국 군수업체 에어스타가 제작한 부품만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 강영우 대위가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당하고, 국방부는 그의 죽음을 조종사 과실로 은폐하려고 한다. 이를 지켜본 박 중령은 큰 충격을 받고, 탐사전문 취재 프로그램의 김정숙 기자(김옥빈)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1급기밀>은 박 중령이 국방부의 내부 비리를 포착하고 고발하는 과정을 그린 사회 드라마다. 조종사의 목숨을 담보로 잇속을 챙기고, 조종사의 죽음을 과실로 은폐하는 국방부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그 조직에서 박 중령의 양심을 건 싸움은 외롭고 처절하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인 그의 싸움은 울림이 크고 분노를 유발한다. 하지만 캐릭터와 사건이 단면적으로 묘사됐고, 그래서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어 긴장감이 쌓이지 않는 건 다소 아쉽다. <1급기밀>은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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