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반도에 살어리랏다> 밥줄과 꿈줄 위에서 분투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2018-01-24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배우라는 꿈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연기과 시간강사 오준구에게 드라마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 드라마 극본을 받은 오준구는 이것이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걸 직감한다. 한편 퇴근을 하던 오준구는 퇴임을 앞둔 노교수 최기호가 대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정황을 포착한다. 최기호는 오준구에게 정교수 자리를 제안하지만 정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배우라는 꿈을 포기해야 한다. 오디션장 앞에서 고민하던 오준구는 좋은 학군 주변으로 이사 가기 위해 집을 계약했다는 아내의 통보에 결국 배우를 포기하고 정교수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최기호의 퇴임식에서 후임 정교수 자리는 오준구가 아닌 다른 강사에게 돌아가고, 최기호는 행방이 묘연하다. 공식 발표 전까지 최기호를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오준구의 가정과 꿈, 모든 것이 흩어져버릴 것이다.

빠른 전개 속에서 성찰과 고민의 지점을 남기는 애니메이션이다. ‘헬조선’이라는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닌가, 혹은 우리가 악마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를 생각하게 한다. 작화는 간결하지만 연극적 요소와 무용 요소, 전위적 요소를 결합해서 인물을 표현한 것이 흥미롭다. 하지만 오준구의 목소리에 비해 피해 여성의 고뇌와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오준구의 아내는 실존적 고민을 하는 주체가 아니며, 아이들은 너무 일찍 철이 든 착한 아이거나 아무 생각이 없는 아이로 그려진다. 가부장 서사의 한계를 답습하며, 근원적 성찰의 지점에까지 다다르지 못하는 것이다.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속하는 안시와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초청된 작품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