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식스 빌로우> 기상악화로 설산에 고립되다
2018-01-24
글 : 이주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에릭(조시 하트넷)은 약물중독으로 스스로 국가대표 자리를 차버린다. 약에 취해 교통사고를 내고 7일 뒤의 재판 출석을 기다리며 시에라네바다산맥에서 신나게 스노보드를 즐기던 에릭은 기상악화로 설산에 고립된다. 호기롭게 활강 금지구역으로 향했던 것을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방향감각을 발휘하기 힘들게 주변은 온통 하얀 눈밭이고, 밤사이 기온은 영하 40도로 내려간다. 통신이 되지 않는 소형 라디오와 휴대폰, 스노보드와 한줌의 약을 빼곤 식량도 그 어떤 보호장치도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을 위한 발버둥은 메아리조차 없는 절망적 외침이 되고 만다.

<식스 빌로우>는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하고 제임스 프랭코가 주연한 <127시간>(2010)의 설산 버전이라 할 수 있다(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27시간>에서 주인공 아론은 블루존 캐니언에서 하이킹을 하다가 협곡 사이에 추락해 고립되자 추위와 배고픔과 절망을 끝끝내 버티며 생존에 성공했다. <식스 빌로우>에서도 에릭은 온갖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늑대들을 만나고, 얼음물에 빠지고, 부상당한 다리의 상처는 썩어가고, 동상은 극심해진다. 하지만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에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것은 곧 영화의 단조로움으로 이어진다. 그 단조로움을 메우기 위해 에릭의 과거 회상이 끼어들지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생존의 동력으로 쓰이지는 못한다. 매머드 설산의 풍경과 조시 하트넷의 처절한 연기만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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