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올 더 머니> 그는 손자를 납치한 자들에게 한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2018-01-31
글 : 장영엽 (편집장)

1973년 7월, 석유 재벌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손자가 납치당한다. 납치범들이 요구한 폴 게티 3세(찰리 플러머)의 몸값은 1700만달러. 세상은 “세계 역사상 제일 부호”인 게티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주목한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손자를 납치한 자들에게 한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몸값을 주기 시작하면 다른 손주들마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게티 2세와의 이혼으로 가문을 떠난 게일(미셸 윌리엄스)은 홀로 납치당한 아들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최대한 빠르고 최대한 돈 안 들게” 손자를 데려오라는 게티의 부탁을 받은 전직 CIA 요원 플레처(마크 월버그)와 함께 납치범들과 협상을 시작한다.

리들리 스콧의 신작 <올 더 머니>는 폴 게티와 그 가족의 삶을 조명한 존 피어슨의 전기 <페인풀리 리치>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각본가 데이비드 스카파의 말대로 이 영화는 “돈이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조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게티로 산다는 건 범상치 않은 일”이라는 게티 3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유례없는 황금 제국을 구축한 억만장자 폴 게티가, 어째서 그가 수집해 온 그림 한점, 은행 예금의 이자만도 못한 손자의 몸값을 내지 않기로 결심했는지 그 이면의 사연을 들여다본다. 가치를 매기는 데 평생을 바친 사업가이자 인간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게티는 그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도, 실망시키지도 않는 사물에 집착한다. 아름다운 예술품에 둘러싸여 마치 누군가의 목숨이라도 다루는 양 진지하게 그림 가격을 협상하는 그의 모습은 섬뜩하면서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건 케빈 스페이시의 성추행 파문으로 새롭게 투입돼 9일 만에 폴 게티로서의 모든 촬영을 마쳐야 했던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안정적이고 유려한 연기 덕분일 것이다. 한편 영화는 게일과 플레처가 게티 3세의 몸값을 협상하는 과정 또한 비중 있게 조명한다. 사막 유전과 사람의 목숨을 협상하는 건 다르지 않다는 플레처의 말처럼, 이미 사람이 아니라 어떤 상징이 되어버린 아들의 몸값을 깎아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미셸 윌리엄스는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다. 세상을 다 가진 자가 들여다보게 될 심연을, 돈을 숭배하는 현대사회의 비정한 진실을, 리들리 스콧의 이 자본주의 스릴러는 서늘하게 직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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