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염력> 안무가 전영 - 대본에 없던 지문을 만드는 동작 연출가
2018-02-01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갑자기 생긴 능력이기 때문일까. <염력>에서 석헌(류승룡)이 염력을 쓰는 자세가 어째 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초능력을 쓸 때마다 몸도 덩달아 움직이는 품새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중독성이 강하다. 안무가 전영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이 자세를 인형뽑기 게임에서 착안했다. “석헌은 원래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이 인형뽑기를 할 때 집게의 위치나 각도를 잘 맞추지 못하면 몸도 집게를 따라 움직이지 않나. 석헌이 컨테이너를 움직이는 장면에서 그런 자세로 초능력을 쓰면 되겠다 싶었다”는 게 전영의 설명이다. 이 아이디어는 그가 “좋아하는 만화 <원펀맨>의 사이타마 캐릭터가 공격하는 자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연상호 감독은 “그 동작 하나 때문에 관객이 천명은 더 들겠다”고 무척 만족해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옮긴다’ 정도로 표현된 시나리오의 지문에 ‘(석헌의) 다리가 움직이고, 혀가 나온다’는 식의 구체적인 행동이 추가됐다.

안무가로서 그의 실력은 <곡성>과 <부산행>에서 검증된 바 있다. 박재인 안무가를 따라 합류한 <곡성>에선 효진(김환희)이 발작하는 동작을 맡았다. <부산행>에선 좀비들의 움직임이 그의 작품이다. “<월드워Z> 같은 할리우드산 좀비영화를 보면 모션캡처 작업을 거쳤더라. 좀비들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기존 좀비영화 대신 <다크 소울> 시리즈 같은 게임 속 좀비들의 움직임을 많이 참고했다.” <부산행>의 좀비는 쓰러지더라도 시선만큼은 목표물에서 떨어뜨리지 않을 만큼 집요했다.

그는 팀 센터피즈에 속한 4년차 본브레이킹 댄서다. 본브레이킹은 관절을 비틀어 추는 춤이다. 비보이 출신인 그는 자신의 팔이 위험할 정도로 각도가 꺾이는 걸 보고 본브레이킹 댄스로 방향을 틀었다. 이 춤의 가장 큰 매력은 “한국에서 이 춤을 추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웃음)”이다. 가수 박재범이 그의 춤 영상을 보고 함께 작업할 것을 제안해 뮤직비디오 <우리가 빠지면 party가 아니지>, 콘서트 등 4년째 함께하고 있다.

어쨌거나 안무가로서 최근 그가 참여한 영화는 <염력>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감독 김성훈)도 있다. <죄 많은 소녀>는 <곡성> 연출부였던 김의석 감독이 제안해 참여한 작품으로, 영화에서 (전)여빈씨가 구토하고 발작하는 동작을 고안했다. <킹덤>은 좀비 사극인데 “<부산행>과 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 “사극이다 보니 좀더 배고픈 시절의 좀비를 상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한다.

방독면

“춤출 때 항상 이 방독면을 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처럼 미래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가진 도구인 것 같다. 본브레이킹의 기괴함과도 잘 어울리고. 안무가로서 영화 촬영현장에는 빈손으로 간다. (웃음)”

영화 2017 <염력> 2017 <죄 많은 소녀> 2016 <부산행> 2016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 2016 <곡성> 드라마 2017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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