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겨울왕국의 무민>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여정
2018-02-07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흑백의 겨울 풍경을 담은 오프닝 시퀀스 직후, 시야를 얼얼하게 할 정도의 원색의 풍경이 펼쳐진다. 알록달록한 색채 위에 활기마저 머금은 무민 마을의 가을 풍경이다. 마지막 가을 잎이 떨어지며 겨울을 예고하자 무민 가족은 겨울잠을 위한 준비에 든다. 무민트롤(빌 스카스가드)과 무민파파(스텔란 스카스가드) 부자는 솔잎과 버섯을 채집하고, 무민마마는 잼을 만든다. 무민 가족이 솔잎을 잔뜩 먹고 나란히 잠자리에 들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정돈된 줄만 알았다. 헤뮬렌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키를 탄 이 남자는 리틀마이(알리시아 비칸데르)를 앞세워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무지한 중생을 깨우겠다고 오지랖을 부린다. 무민 가족은 어리둥절한 가운데 난생 처음 겨울의 소란스러움과 마주하게 된다.

TV시리즈 중 겨울 에피소드에 바탕을 둔 <겨울왕국의 무민>은 보송보송한 펠트의 질감이 포근한 겨울 풍경과 어우러진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다. 크리스마스를 누군가의 이름으로 착각한 무민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위한 만찬과 트리를 허둥지둥 준비하는 소동극이 잔잔한 웃음을 유발한다. 괄호 속에 남겨진 크리스마스의 자리는 무민과 투터키, 헤뮬렌과 소리우 등 새로운 친구들의 만남과 크고 작은 모험들로 채워진다. 엇박자를 타다가도 결국에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여정은 어딘가 뭉클한 데가 있다. 2차원 화면이 3차원의 물체와 만났을 때 입체처럼 보인다거나 정지된 화면이 연속되었을 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고전적인 애니메이션의 환각 기법이 겨울이라는 특정한 시간성과 만나 묘한 향수를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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