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이일화)은 알기 힘든 여자다. 대낮부터 병실에서 자위를 하는 노인 문호(하용수)를 잘 어르고, 굳이 밖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동네 주민에게 웃으면서 주의를 줄 만큼 인내심이 강하다. 지역 전통 바느질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며 좋은 반응을 얻지만, 원래 과거가 모호한 일본인이었다는 소문도 돈다. 한편 문호의 아내 수현(이혜정)은 실종된 남편을 사망처리하고 은행 계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가 매달 윤정에게 송금한 내역을 발견한다. 이에 제주도로 내려가던 수현은 접촉사고로 인해 엉뚱하고 자유로운 예술가 종규(양동근)와 안면을 트게 된다. 알츠하이머를 앓던 문호는 갑자기 기력을 되찾고 점잖은 사람이 되고, 윤정에게 자신이 과거 젊은 여자와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종규는 윤정에게 호기심을 가지며 추파를 던진다.
<천화>의 영어 제목 ‘A Living Being’이 직설적으로 보여주듯, 특히 죽어가는 자가 선망할 법한 삶을 논한다. 샤워를 하고 속옷을 입는 윤정의 모습을 탄탄하게 관리된 신체 위주로 담아내거나 플라멩코를 배우는 여성들을 보여주는 식의 초반부는 일견 죽음의 대척점에 있는 생명의 이미지다. 하지만 돌출된 감정 묘사를 의도적으로 배치하면서 영화는 어떤 논리나 경계 지음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생사의 경계를 흐릿하게 지워나간다. 그 과정에서 나이나 직업에 무관하게 예쁜 여자와의 섹스에 집착하는 남성의 모습은 분명하게 묘사되는데, 이는 차등 없이 인간에게 적용되는 속성을 가장 원초적으로 대변하는 장치가 된다. 배우 이일화가 데뷔 23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 주연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