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오아시스 세탁소> 제자리를 오래 지키고 선 것들
2018-02-07
글 : 김소미

가업을 이어받아 오아시스 세탁소를 운영하는 태국(조준형)은 강남에서 세탁 편의점을 열자는 아내의 성화에도 한사코 사람 냄새 나는 동네 세탁소 운영을 고집한다. 태국은 오디션을 준비하는 가난한 배우 지망생에게 주인 없는 옷을 빌려주는 정 많은 아저씨다. 사막의 사람들이 오아시스 주변에 모여드는 것처럼 태국의 세탁소에도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돈 안 낸 손님을 따라들어온 택시기사,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유산을 찾으러 온 자식 내외 등이 방문해 한바탕 엉뚱한 난리를 피우기도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동네 사랑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구멍가게처럼 점점 사라져가는 끈끈하고 인간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대학로에서 13년간 공연을 이어온 원작 연극을 옮긴 작품으로 제자리를 오래 지키고 선 것들을 뭉클하게 비추는 각본은 충분한 미덕을 지녔다. 판가름의 기로에 선 것은 ‘시어트리컬 무비’를 자처하는 영화의 형식이다. 유일한 공간은 열평 남짓한 세탁소를 표현한 무대 위, 배우들은 대체로 정면을 바라본 채 머리 위로 꽂히는 핀 조명을 받으며 연기한다. 그럼에도 <오아시스 세탁소>를 영화라 부를 수 있는 건 편집 덕분이다. 대상과 적절한 각도, 거리감을 조율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영화 언어를 더해낸다. 다만 <오아시스 세탁소>의 시도가 기존 소극장 공연의 생생함보다 유의미한 효과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영화로 옮기면서 딱히 참신한 표현이 더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체감상 끊김 없이 이어지는 연극 한편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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