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가 2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이번 영화제는 톰 티크베어를 심사위원장으로 18편의 경쟁부문 상영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올해의 베를린영화제는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2019년 5월 계약이 끝나는 집행위원장 디터 코슬릭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베를린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디터 코슬릭은 취임 당시 베를린영화제에 바람을 몰고 올 거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가 재임 기간동안 이룬 것은? 가장 정치적인 국제영화제, 그리고 일반 관객도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국제영화제라는 명성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17년 말 독일 영화인 79명이 베를린영화제의 미래를 혁신하자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들 중에는 독일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파티 아킨, 도미닉 그라프, 마렌 아데, 안드레아스 드레센 등 쟁쟁한 독일 감독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서한에는 현 디터 코슬릭 위원장에 대한 간접적 일침도 들어 있었다. “새로운 집행위원장을 위임한다는 것은 영화제가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그동안 디터 코슬릭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레드카펫으로 끌어들일 목적으로 수준 미달의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영화제 라인업에 끼워넣는다는 언론의 의심과 질책을 받았다. 영화제 규모만 키우고 내실과 개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늘어난 섹션으로 많은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베를린영화제는 어느새 베니스국제영화제 저 뒤로 밀려나버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베를린영화제는 “보잘것없는 스타영화와 산만한 정치영화의 혼합체로 뒤처졌다” (<슈피겔>)는 것이다.
베를린영화제의 차기 집행위원장은 어떤 절차를 거쳐 뽑히게 될까? 우선 1년에 두번 모이는 감사위원회가 집행위원장 후보들을 물색할 전문가들을 선정한다. 2020년의 베를린영화제는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