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흥부> 헌종 14년. 양반들의 권력다툼으로 신음하는 백성들의 고초
2018-02-21
글 : 이화정

<흥부>의 중심인물은 <흥부전>의 캐릭터인 흥부, 놀부가 아닌, 집필 작가 흥부(정우)다. 야한 소설을 쓰는 그는 풍기문란죄로 자주 ‘관아에 끌려가 곤장을 맞는 처지’다. 어릴 때 잃어버린 형을 찾다가 조혁(김주혁)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나라의 주인이 백성”이자 “백성의 목숨이 왕의 목숨과 다를 바 없다”는 기치 아래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인물이다. 흥부의 시선 아래, 영화는 조선 말기인 헌종 14년. 양반들의 권력다툼으로 신음하는 백성들의 고초를 그린다. 흥부의 각성이 곧 차별 없는 세상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지렛대가 되는 셈이다. <전우치>(2009)나 <방자전>(2010) 등이 고전소설을 모티브로 작품 속 캐릭터를 빌려온다면, <흥부>가 사실상 <흥부전>을 통해 취한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권력을 꿈꾸는 자들과 개혁을 꿈꾸는 흥부의 대치상황이 이루어지는 후반부의 분위기는 <왕의 남자>(2005)나 <군도: 민란의 시대>(2014)와 닮아 있다. 이렇게 작가 ‘흥부’를 빌려와 백성이 핍박받는 시대상황을 엮은 것은 흥미로운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이 두 요소의 결합이 다소 성긴 탓에 코믹한 전반부 이후 폭발해야 할 후반부 흥부의 각성과 공연 장면이 큰 힘을 얻지 못한다. 주제의식이 뚜렷한 반면 아쉬움이 남는 연출이다. <흥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조혁을 연기한 고 김주혁의 모습이다. 트레이드마크인 웃음과 원숙한 연기력으로 재야의 숨은 지도자 조혁을 창조해낸다. “꿈꾸는 자들이 모이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겠는가”라는 대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우리가 잃어버린 배우 김주혁과 따로 떼어 생각하기 힘든, 영화를 초월하는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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