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댄싱 베토벤> 압도적 스케일의 공연 그 자체
2018-02-21
글 : 이주현

베토벤이 1824년에 완성한 교향곡 9번 <합창>은 교향곡에 최초로 성악을 도입하는 등 전에 없이 파격적인 스타일을 보여준 걸작이다. <합창>으로 인해 이후 교향곡의 역사는 새로 쓰였다고도 할 수 있다. 참고로 당시 베토벤은 이미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현대무용의 전설, 파격의 천재 안무가로 불리는 모리스 베자르 역시 베토벤 교향곡 9번에 매료됐다. 베자르가 1964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초연한 ‘베토벤 교향곡 9번’은 발레단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포함해 35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대규모 공연이다. <댄싱 베토벤>은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이 ‘베토벤 교향곡 9번’ 초연 5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베자르가 창설한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은 도쿄 발레단,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을 통해 기쁨과 환희, 인류애라는 합창 교향곡의 정수를 무대에서 표현해낸다.

영화는 배우 말리야 로망을 감독의 대리자로, 이야기의 안내자로 세운다. 말리야 로망은 베자르 발레 로잔의 예술감독 질 로망과 무용수 등을 인터뷰하면서 베토벤과 베자르의 예술 세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듣는다. 그러나 무대 밖 무용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천재 예술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말보다 흥미로운 건 베자르가 만들어낸 압도적 스케일의 공연 그 자체다. 국적과 피부색이 다른 80여명의 무용수가 손에 손을 잡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광경에서는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베토벤과 모리스 베자르, 두 천재 예술가가 원했던 환희의 순간을 짧게나마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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