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 항공우주센터의 비밀 실험실에 괴생명체가 반입된다. 그와 함께 항공우주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일라이자(샐리 호킨스)의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말을 하지 못하는 일라이자는 수다스럽지만 살가운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처드 젠킨스)가 있어 외롭지 않은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온몸이 비늘로 덮인 수중생물에게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고 조금씩 마음을 나누며 교감한다. 한편 시설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괴생명체를 빨리 죽여 해부하려 하고 이에 일라이자는 연구책임자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의 도움을 받아 괴생명체를 탈출시킨다.
어둡고도 아름다운 비주얼로 정평이 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그려낸 아름다운 로맨스이자 동화다. 좋은 판타지란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라 언제나 현실을 바탕에 둔 비유다. 믿고 보는 델 토로의 상상력은 형태를 정의할 수 없는 물처럼 사랑의 모양도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 얼마든지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한편의 시를 두 시간의 영상으로 펼쳐둔 직관적이고 아름다운 동화다. 괴생명체 역의 슈트 전문배우 더그 존스로 대표되는 판타지, 델 토로가 꾸준히 추구해온 세계의 질감을 구현한 솜씨는 그야말로 흠잡을 데가 없다. 여기에 샐리 호킨스의 물오른 무성연기가 보이지 않는 감정의 형태를 정확하고 아름답게 조각한다. 1960년 냉전시대로 대변되는 차별과 혐오에 관한 날카로운 풍자, 이야기의 속성에 관한 통찰 등 층과 결이 풍성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