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연극영화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월 14일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극 <오구>의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폭로한 것이 시작이었다. 김수희 대표는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10년 전 김수희 대표와 <오구>를 함께한 연출가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뿐이었다. 이윤택 연출가가 곧장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졌고, 하용부 전 밀양연극촌장 등 다른 연극인의 성추행 의혹도 제기됐다. 이윤택 연출가는 2월 19일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성추행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이런 상황을 방관·동조했다는 의혹도 부정했다. 하지만 같은 날 JTBC <뉴스룸>에서 어린이극단 ‘끼리’ 대표 홍선주씨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소희 대표가 후배 배우들을 선택해 이윤택 연출가의 안마를 하도록 권유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배우 조민기는 성추행 의혹으로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직에서 사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청주대학교는 학생의 제보를 받고 조사를 시작했고, 최근 양성평등위원회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조민기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본지 1144호 포커스 기사 “[단독] 조근현 감독 성희롱 사건 밀착 취재”를 통해 드러난 조근현 감독의 가해 사실을 포함해 영화계 내 추가 피해 사례가 계속 드러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예술계 성희롱·성추행 문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요 분야별 신고·상담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성희롱·성추행 예방·대응 지침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정책 담당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사각지대가 없이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