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50가지 그림자: 해방> 이제 모든 규칙이 뒤바뀐다
2018-02-28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영화는 그레이(제이미 도넌)와 아나(다코타 존슨)의 결혼식에서 시작된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잭(에릭 존슨)에 의해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불안 속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그레이는 잭의 위협으로부터 아나를 보호하려 하지만, 그레이의 보호는 아나에게 구속으로 다가온다.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를 찾지 못한 그레이와 아나는 갈등을 일으키지만, 둘만의 특별한 놀이로 갈등을 극복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무단 침입한 잭은 아나를 위협한다.

표면에 보이는 스릴러의 요소는 그레이와 아나의 결혼 생활에서 오는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그리고 갈등의 종결에는 항상 섹스가 있다. 수많은 진부한 갈등이 있고, 그에 따른 수많은 섹스들이 있다. 내러티브가 섹스를 위해 종사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포르노의 구조다. 또 다른 편에는 광고 이미지들이 있다. 자동차 광고, 아파트 광고, 여행사 광고와 같은 이미지들이 모여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볼거리에 대한 탐닉, 그 이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돈에 대한 경외를 너무도 투명하게 드러내는, 그래서 오히려 순수하게까지 느껴지는 자본주의 판타지다. 물론 그럼에도 포르노와 광고가 그러하듯이, 그것이 휘발성이라 해도 수많은 볼거리가 주는 재미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음악과 빠른 편집, 적당한 유머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요인이다. 이 영화는 마치 영화를 보러오는 관객은 캐릭터나 내러티브를 보러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여러 면에서 노골적이며 직설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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