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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미스티> 더 높이 더 야심차게
2018-03-06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방송사 간판앵커로 7년간 <뉴스나인>을 이끌어왔으나 이제 그만 앵커석에서 내려오라는 압박을 받는 고혜란(김남주)은 ‘성공의 경계’에서 등을 떠밀린다. 선명한 말과 달리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의혹을 남기는 아내 혜란 곁에서 지쳐가던 강태욱(지진희)은 ‘진심의 경계’에서 혜란을 바라본다. 과거 자신을 버렸던 혜란을 위협하는 프로골퍼 이재영(고준)은 돌이킬 수 없는 ‘일탈의 경계’에서 욕망에 휩쓸리고, 궂은일을 도맡아가며 골퍼로 키워낸 남편 재영과 친구 혜란의 관계를 알게 된 서은주(전혜진)는 더는 의미 없어진 ‘선의 경계’에서 되갚음을 계획한다. 저마다의 시야를 흐리는 안개는 경계의 온도 차로 피어오른다.

JTBC <미스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역시 안개주의보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돌파하는 주인공 고혜란이다. 여성이 일터와 가정에서 겪는 갈등을 다룬 드라마는 많았다. 이때 여성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고민은 대개 자신의 자리와 역할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고혜란의 투쟁은 양상이 다르다. 갈등의 대부분이 상승에 대한 열망과 확신에서 비롯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라 하면 더 높이 올라가려 한다. 자족과 타협을 모르고, 자기중심적인 상황 논리로 뱉는 대사는 때로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거칠기 짝이 없는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만들어내는 동세, 전에 없던 쾌감은 자연히 다른 물음에 가닿는다. 성공을 갈구하는 여성을 그린 드라마들은 왜 그렇게 자격을 구하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을까? 어디까지 올라가야 성공이냐는 물음에 “모르지. 나도 아직까지 올라가보지 못했으니까”라는 간단한 답을 내려버리는 주인공이 이제야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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