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19세기 삼각 로맨스가 뉴욕을 사로잡다
2018-03-06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괴이하고 매혹적인 흑백영화 <노벰버>
<노벰버>

조용한 시골. 느닷없는 굉음과 함께 괴이한 물체가 나타난다. 머리는 동물의 해골과도 같고 세개의 다리는 공구를 조잡하게 이어 만든 듯한 모양새다. 이 괴생명체는 헛간으로 들어가더니 다리를 프로펠러 삼아 송아지를 끌고 공중으로 날아가버린다. 영화 <노벰버>의 첫 장면이다.

지난 2월 23일 뉴욕에서 개봉된 라이너 사르넷 감독의 흑백영화 <노벰버>는 장르를 가늠하기 힘든 작품이다. 판타지, 호러, 공상과학, 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노벰버>는 에스토니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삼각 로맨스를 다룬다. 에스토니아의 한 가난한 마을. 주인공 리이나(레아 레스트)는 동네 청년 한스(요르단 리이크)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한스는 동네의 유일한 지주인 독일 남작(디터 라저)이 데리고 온 딸(예테 루나 헤르마니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노벰버>는 남작 가문이 믿는 가톨릭과 마을 사람들이 믿는 샤머니즘 사이의 갈등, 도둑질과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마을 사람들, 인간의 형상으로 마을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악마와 전염병, 마녀, 선조 유령 등의 이야기로 확장해나간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마법의 힘을 빌리거나 도둑질과 거짓말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주인공 리이나와 한스 역시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마법의 힘을 쓰려 하지만 이들이 유일하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 바로 ‘사랑’이다. 지난해 뉴욕 트라이베카필름페스티벌에서 촬영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 작품은 이솝 우화 같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 형제의 기괴한 성인 동화 같은 느낌도 준다. 특히 대부분의 조연배우들이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정제되지 않았지만 꾸밈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폴란드 뮤지션 야차셰크의 음악도 <노벰버>의 기이한 분위기를 돋운다. <롤링 스톤>의 평처럼 “놀라울 만큼 이상한” 이 영화는 새로운 미드나이트 무비 클래식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만한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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