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팬텀 스레드> “레이놀즈는 내 꿈을 이뤄줬어요. 대신 난 그가 열망하는 걸 줬죠.”
2018-03-07
글 : 장영엽 (편집장)

“레이놀즈는 내 꿈을 이뤄줬어요. 대신 난 그가 열망하는 걸 줬죠.” <팬텀 스레드>는 모닥불에 비친 한 여인의 얼굴에서 시작되는 영화다. 그녀의 이름은 알마(비키 크리엡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레이놀즈(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머리를 식히러 시골로 향하던 중 어느 식당에서 알마를 발견했다. 그녀가 자신이 꿈꿔온 완벽한 뮤즈임을 직감한 레이놀즈는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알마를 자신의 거처로 데려온다. 행복도 잠시, 알마는 레이놀즈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다. 누구보다 예민하고 누구보다 권위적인 레이놀즈의 세계에서 모든 것들은 그를 중심으로 공전한다.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누이 시릴(레슬리 맨빌)은 레이놀즈의 장단에 기꺼이 발을 맞추는 훌륭한 조력자지만, 알마는 그의 패턴에 자신을 맞출 생각이 없다. 부주의하며 느슨한 알마의 태도에 레이놀즈는 점점 싫증을 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알마는 멀어진 레이놀즈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충격적인 선택을 한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신작 <팬텀 스레드>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사적인 경험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라고 한다. 4년 전 갑자기 원인 모를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아내의 극진한 간호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그 경험을 통해 간호의 위력과 다정함을 담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화다. 감독의 자전적 치유의 경험으로 시작된 <팬텀 스레드>는 예술가와 뮤즈, 행동하는 자와 기다리는 자, 보살핌을 받는 자와 돌보는 자의 관계성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흥미로운 건 레이놀즈와 알마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서로 다른 두 존재의 권력관계가 결코 일방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1950년대 오트쿠튀르 의상처럼 정교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영화의 호흡을 만들어내는 조니 그린우드의 재즈음악, 날것의 감정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는 <팬텀 스레드>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 대한 폴 토머스 앤더슨의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특히 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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