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틀 포레스트> 혜원의 자급자족 농촌 라이프
2018-03-07
글 : 장영엽 (편집장)

서울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혜원(김태리)은 어느 겨울, 문득 짐을 챙겨 고향 미성리로 향한다. 집에 도착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꽝꽝 언 땅에 묻힌 배추를 꺼내 얼큰한 배춧국을 끓여먹는 것. 그날부터 혜원의 자급자족 농촌 라이프가 시작된다. 잠깐 쉬다가 “금방 올라갈 거”라고 믿었지만, 계절은 겨울로 시작해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로 순환한다. 평생 마을을 떠나본 적 없는 그녀의 친구 은숙(진기주), 대기업에 다니다 귀촌해 농사꾼이 된 또 다른 친구 재하(류준열)가 혜원과 함께다. 혜원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직접 가꾼 작물로 요리를 해먹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삼시세끼> <효리네 민박>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영화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일본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의 생명력 넘치는 풍경과 제철 음식으로 지은 풍성한 요리들, 자연 속에서 건강하고 밝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역시 같은 작품을 원작으로 둔 동명의 일본영화가 주인공의 자급자족 라이프를 공들여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훼손된 관계망을 복원하는 자연과 음식의 역할에 보다 주목한다.

영화는 혜원과 재하, 은숙의 모습을 통해 시험, 연애, 취업이라는 세간의 평가 기준에 의해 지쳐가는 청춘의 방황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더불어 혜원이 고3 되던 무렵 집을 떠난 엄마(문소리)의 사연도 비중 있게 조명되는데, 닮은 듯 닮지 않고, 무심한 듯 애틋한 모녀 사이의 에피소드는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팥케이크, 막걸리, 꽃튀김과 양배추 빈대떡, 크림브륄레…. 영화에 등장하는 계절과 자연을 닮은 요리들을 보고 있자면, 인스턴트로 점철된 오늘의 식사 메뉴를 다시 한번 점검해볼 법하다. 각박한 도시 생활로 인한, 또 다른 의미의 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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