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액션, 범죄 장르가 혼합된 영화로 롭 코언 감독의 장기를 살려 러닝타임 내내 ‘분노의 질주’가 이어진다. 역대 최강의 허리케인이 예고된 앨라배마 주, 모두가 떠난 텅 빈 도시에 미 연방 재무부 금고를 털기 위한 범죄조직이 들이닥친다. 이들이 몇주 전 미리 파쇄기를 해킹한 덕분에 금고에는 6억달러의 현금이 쌓인 상태. 기상학자인 윌(토니 켑벨)과 보안 요원인 케이시(매기 그레이스)는 약탈을 막기 위해 재난 속으로 몸을 던지고, 윌의 형 브리즈가 인질로 잡히면서 이들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진다. 당장 지난해 초대형 허리케인의 상륙으로 대피령이 내려진 플로리다의 상황을 연상시키는 영화는 현실의 익숙한 공포와 블록버스터의 과시적인 스펙터클을 호기롭게 조화해낸다. 특히 대대적인 물량 공세가 곧 재미인 영화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총격, 폭발, 카체이싱에 허리케인의 횡포가 더해지면서 긴장이 지속된다. 위험에 처한 불특정 다수를 구해야 하는 재난물의 강박에서 자유로운 점 역시 집중력 있는 전개를 낳는다.
회오리를 뚫고 태풍의 눈에 이르면 잠시간 날이 갠 소강 상태에 이르는데, 영화의 서사 역시 형제가 만드는 애틋한 가족애를 내세워 관습적인 서브 플롯을 꾀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허리케인 하이스트>는 액션의 영역을 벗어나면 번번이 힘을 잃는다. 부실한 악역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적 신념이 투철한 주인공들에 반해 약탈자쪽은 자본주의에 분노하는 지역 시민에 가까운데, 자연재해가 미 정부 요원과 형제를 도와 반역자들을 처단하는 권선징악의 서사로 본다면 어딘가 찝찝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