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더 선샤인 인> Let the Sunshine In
제작 올리비에 델보 / 감독 클레르 드니 / 출연 줄리엣 비노쉬, 제라드 드파르디외 자비에 보부아, 필리프 카터린느, 조시앙 발라스코 / 수입 씨네블루밍 / 공동제공·배급 (주)씨네룩스 / 개봉 4월
섹슈얼리티와 욕망의 문제를 관능적으로 다뤄왔던 클레르 드니가 뜻밖의 장르를 선보인다. 자그마치 로맨틱 코미디다. 파리의 아티스트 이자벨(줄리엣 비노쉬)은 남편과 이혼한 후 진정한 사랑의 실체를, 특별한 사람과의 관계를 갈구한다. 은행가부터 직업배우, 마지막에 등장하는 점쟁이까지 다양한 군상의 남자를 만나지만 그들과의 인연은 원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끝맺음 된다. 섹스 때문이든 정서적 교감의 문제든 이자벨과 남자들의 관계는 내내 덜컹거린다. <렛 더 선샤인 인>을 이끄는 것은 주로 남녀의 끊임없는 대화 장면이다. 클레르 드니와 로맨틱 코미디의 조합도 생소하지만 대화의 형태에 영화의 성패를 건다는 점 역시 감독의 새로운 면모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크리스틴 안고트가 함께 쓴 시나리오는 프랑스의 구조주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각색한 결과물이다. 점쟁이를 연기한 제라르 드파르디외 등 여러 남자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원톱극을 이끌어간 줄리엣 비노쉬의 뛰어난 균형감에 주목할 것.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