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연애도 인생계획에 넣지 않았던 외주 프로덕션 PD 한승주(유이)는 방송사 특채를 앞두고 몸과 마음에 크나큰 위기를 맞는다. 취재 때문에 며칠 서울을 떠나 있는 동안 숙박공유사이트를 통해 집을 빌려줬던 여성이 승주의 방에서 살해당했고, 엄마보다 더 의지하던 고모는 고독사나 다름없이 세상을 떠났다. 연달아 터진 사건으로 극도의 불안을 느낀 승주는 독립적이고 당찬 자신의 원래 모습을 회복할 때까지 동거인을 들일 결심을 한다. 산골 오지에 사는 순박한 남자 오작두(김강우)에게 데릴사위 같은 남편이 돼달라고 제안한 것. 그래서 제목이 <데릴남편 오작두>(MBC)다.
흔한 계약결혼 로맨스로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승주가 남자를 필요로 하게 되는 과정은 비혼 여성에 대한 압박으로 가득하다. 당치 않은 상대와 중매를 서려고 35살인 승주를 깎아내리는 식당 주인이 있는가 하면, 아래층 세입자는 남편이 승주의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경찰에 잡혔는데도 “여자 혼자 사니까 호기심에 그런 거”라며 승주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극중 승주의 신변에 위해를 끼치는 존재는 남자들인데,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 대부분이 동성인 여성의 입을 통해 나오다보니 “여자 혼자 겪는 온갖 사회적 편견”은 비혼과 기혼 여성간의 갈등으로 축소되고 만다.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승주가 꼬박꼬박 처방약을 챙겨먹는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고나 할까. 계약결혼 로맨스의 공식대로 필요에 의해 만났던 승주와 작두가 뒤늦게 사랑을 확인하게 될테지만 약 때문에 더부룩한 속을 가라앉히는 또 다른 약. 처방전에 추가되는 소화제 같은 사랑에 별다른 기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