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3월은 홀리 축제로 문을 열었다. ‘색의 축제’ 홀리에서 사람들은 얼굴과 몸에 다채로운 색의 물감을 뿌리는데, 최근의 발리우드 극장가 역시 그처럼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로 가득하다. 독보적인 블록버스터는 없지만 특별한 반찬 없이도 진수성찬이라고 할까. 먼저 <패드맨>은 소재부터 독특한 영화다. 지저분한 천을 생리대로 쓰는 아내를 보고 저렴한 생리대 개발에 매진한 인물의 입지전적인 성공 실화를 다뤘다. 터부시할 만한 소재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보건 문제뿐만 아니라 서민은 감당하기 어려운 생필품 보급의 일면을 반영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이야기를 소화해낼 배우는 다름 아닌 악사르 쿠마르다. 그의 배우 인생은 언뜻 얇고 긴 듯하지만 그 활약상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폭발적인 유명세는 아니라도 꾸준한 활동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 최근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작은 영화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데 일가견이 있다. 미국엔 슈퍼맨, 인도엔 패드맨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패드의 국산화와 아내의 건강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로맨스 대 브로맨스를 다룬 코미디도 주목받고 있다. <소누 케 티투 키 스위티>는 티투와 절친 소누, 티투의 약혼녀 스위티가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티투는 절친으로서 소누의 연애사에 일일이 간섭하는데 티투가 스위티와 만나면서 상황이 역전된다. 티투는 스위티를 영혼의 짝으로 여기지만 소누의 생각은 다르다. 말 그대로 “이 결혼 반대일세!” 다. 결코 완벽하지 않은 스위티의 본색을 알고 둘의 결혼을 막으려 든다.
한편 홀리 축제에 맞춰 아누쉬카 샤르마 주연의 <파리>도 개봉했다. 두 남녀가 만나고, 남자는 버려진 집에 묶여 있던 한 여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끝까지 심장을 움켜쥐게 만드는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발리우드 공포영화가 주목받기엔 오래간만이다. 인도의 3월은 본격적인 더위가 재개될 시점이고, 무게감 있는 배우가 선사할 섬뜩한 공포는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