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왔다. <더 미드와이프>는 중년의 여성 클레어(카트린 프로)가 35년 전 홀연히 집을 떠난 새엄마 베아트리체(카트린 드뇌브)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무 예고 없이 불현듯 나타나 일상을 뒤흔드는 베아트리체의 존재가 클레어에겐 달가울 리 없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클레어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조산사로 일하며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해 온 반면, 베아트리체는 술과 담배, 도박을 즐기며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왔다. “우린 절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며 클레어는 베아트리체가 떠나주길 원하지만, 베아트리체는 클레어의 곁을 끊임없이 맴돈다.
<더 미드와이프>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동시에 이 영화는 인생의 특정한 시기에 접어든 두 여성이 삶의 방향을 확립하고 자신과는 다른 삶의 태도를 인정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찰나의 즐거움이 더 소중한 베아트리체와 다소 구식이더라도 무해한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클레어의 인생관처럼 어떤 것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어떤 모습이 누군가의 영향으로 인해 변하기도 한다는 것, 인생의 이 불가해한 기적을, <더 미드와이프>는 두 여성의 모습을 통해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프랑스 개봉 당시 31주의 장기 상영으로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은 상업영화의 틀 속에서 종종 간과되곤 하는 노년과 중년의 여성을 극의 중심부에 두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의 국민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2015), <엘리제궁의 요리사>(2012)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카트린 프로의 존재감은 프랑스 여배우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영화의 오프닝에는 ‘나의 산파 이본느 앙드레를 기억하며’라는 자막이 뜨는데, 극중 사명감 투철한 조산사로 분한 클레어의 모습은 <더 미드와이프>의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가 어린 시절 산파에게 목숨을 구했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한 아기를 받아내는 클레어의 모습은 임신부들의 사전 동의를 받아 촬영한, 실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