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소공녀> ‘취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018-03-21
글 : 임수연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미소(이솜)는 아무리 궁핍하게 살아도 위스키, 담배 그리고 가난한 웹툰 작가 지망생인 남자친구 한솔(안재홍)만은 포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담뱃값이 2천원 올랐을 때 월세로 살던 집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미소는 학창 시절 함께 밴드로 활동한 친구들을 찾아가 짧게나마 신세를 지고, 계란 한판과 집안일을 제공한다. 그가 만나는 친구들은 가장 뜨거웠던 청춘을 이미 지나보낸 이들의 다양한 얼굴이다. 링거를 맞아가면서까지 회사 일에 전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요리에 재능이 없는 친구는 시부모의 눈치를 보며 산다. 부자 남편을 만나 풍족하게 살며 자식이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라 말하는 친구도 있다.

<소공녀>는 비싼 등록금을 대느라 삶이 망가지거나 열정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는 인간 군상의 씁쓸한 풍경을 소재로 삼지만 유머를 잃지 않고 시종 따스한 시선을 유지한다. 미소의 처지에서 구할 수 있는 방의 열악함을 미화 없이 보여주면서도 그녀가 타인과 함께 실내에 있는 장면은 기본적으로 온화한 색감을 띠는 것도 인상적이다. 지금 이대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미소의 긍정적 태도가 때때로 현실성을 결여한 것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소공녀>는 우리 시대 청춘이 가지는 선택에 대한 납득 가능한 메시지를 담는다. 싫은 것을 감수하고 안정을 추구하기보다 ‘취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미소의 다짐이 꽤나 확고하게 전개된다. <족구왕>(20143)과 <범죄의 여왕>(2016)의 배우들이 대거 주·조연을 맡았다. 이들을 제작한 광화문시네마의 일원인 전고운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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