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승희(김수안)는 짝사랑하는 대니얼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운동회의 2인3각 경기에 출전하는 대니얼과 여자친구를 이기기 위해 승부욕 제로인 짝꿍과 2인3각 연습에 매진한다. 승희의 아빠 철구(양지웅)는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해, 동료들과 함께 복직 시위를 할지 말지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엄마 미순(이정비)은 쉼터에서 급식지원 봉사활동을 하다가 쉼터의 젠틀한 이사장에게 마음을 뺏긴다.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는 승희의 삼촌 민석(최혁)은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가 PD에게 돈 떼인 열정페이의 희생양이다. 며느리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승희의 할아버지 순돌(박찬영)은 공짜 막걸리 그리고 ‘이 나라를 누가 지켰습니까’라는 인정의 한마디에 넘어가 ‘아버지 연합’의 회원이 된다. 서로의 일상에 무심했던 가족들은 철구의 복직 시위 현장에서 우연히 모두 모인다.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해고 노동자, 진보단체 자원봉사자, 용역깡패, 어용단체 회원 등의 신분으로 마주한 이들은 결국 가족이라서 서로를 향해 들었던 창과 방패를 거둔다.
승희네 가족은 청년, 중년, 노년 세대의 표본을 보여준다. 집에서는 마른오징어도 눈치 보고 뜯어야 했던 순돌이 아버지 연합 활동을 시작한 뒤 자신감을 얻고 우쭐해하는 모습, 열정 바쳐 일했지만 돈 떼이고 용역깡패 알바를 하는 민석의 모습에는 각 세대의 상징적 모습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가족들이 엉키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지나치게 극적으로 꾸며진 느낌을 주지만, 생생한 캐릭터들이 그 아쉬움을 상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