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리틀 포레스트> 진희원 푸드 스타일리스트 - 영화다운 레시피
2018-03-22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최성열

“봄동 파스타를 만들어보세요. 봄철 배추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어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푸드 스타일링을 맡은 진희원 스타일리스트에게 제철 요리를 추천받으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과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배추빈대떡과 팥케이크, 막걸리와 감자빵…. 자연에서 거둬 혜원(김태리)의 손으로 완성되는 영화 속 음식들은 시각적인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보는 이의 허기를 조장했다. <리틀 포레스트> 이전에 주로 CF와 방송, 잡지 콘텐츠의 푸드 스타일링을 담당했던 진희원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의 재료와 레시피를 선정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한눈에 맛있어 보이고 튀는 CF 스타일의 음식은 오히려 만들기 쉽다. 그런데 영화 속 음식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캐릭터에도 어울려야 한다. 감독님과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음식이 무엇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 과정이 제일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 중 만드는 데 가장 보람이 컸던 음식으로 ‘팥케이크’를 꼽는다. 극중 팥케이크는 엄마와는 다른, 혜원의 독자적인 요리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음식으로 등장했다. 지방 촬영의 여건상 야외에서 떡을 만들어야 했는데, 추위 때문에 떡이 서는 바람에 거의 모든 떡가루를 소진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마지막 남은 한벌의 떡”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편 그녀가 반드시 넣었으면 했던 음식은 ‘크림 브륄레’였다. 극중 혜원과 은숙(진기주)의 서먹함을 풀어주는 데 일조하는 이 음식은 진희원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실제로 지인들을 대접할 때 즐겨 만드는” 디저트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진희원 푸드 스타일리스트에게 <리틀 포레스트>는 ‘홈그라운드’로 돌아오는 여정이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LJ필름에서 3년간 홍보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그녀는 요리에 대한 관심으로 우연히 궁중음식연구원 수업을 등록했다가 한식의 매력에 빠졌다. ‘낮에는 시나리오를 보고 밤에는 요리를 배우자’는 생각으로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야간 과정에 입학했지만 점점 더 커지는 영화와 요리의 갭을 메울 수가 없어 과감하게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동기들, 선배들에게 음식 나오는 영화 있으면 꼭 얘기해 달라고 했다. <리틀 포레스트>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말을 듣고 지인을 통해 감독님에게 포트폴리오를 전달했다.”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한 뒤에도 아직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찾는 영화인들의 전화는 없다며 진희원 스타일리스트는 웃었다. 영화 현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여기에 있음을, 영화인들은 주목하라.

젓가락과 칼, 도마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하는 일을 설명할 때 ‘정밀묘사’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햄버거 사진을 한장 찍을 때에도 소스를 그림처럼 뿌리고, 야채를 정확한 각도에 맞춰 배열하는 등 무척 섬세하고 예민한 작업이 요구된다. 그런 작업을 하려면 사용하는 요리도구들이 굉장히 뾰족해야 한다. 젓가락은 핀셋처럼 정교하게 음식을 놓을 때 쓴다. 칼의 중요성은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칼의 힘을 제대로 받게 해줄 도마도 중요하다. 여기 소개하는 젓가락과 칼, 도마는 중요한 작업이 있을 때 꼭 들고 다니는 도구들이다.”

푸드 스타일 2018 <리틀 포레스트> 2017 <흥부> 홍보 마케팅 2003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02 <해안선> 2001 <나쁜 남자> 2000 <수취인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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