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 요리가 소환하는 기억과 사유
2018-03-28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4)과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2015)을 재편집해 탄생한 영화다. 이치코(하시모토 아이)가 고향 코모리로 돌아와 자급자족 농촌 생활을 시작하며 최선을 다해 한끼를 만들어 먹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런 이치코의 삶은 ‘슬로 라이프’라든지 ‘킨포크 라이프’ 같은 소비패턴 혹은 유행으로서의 개념에 포섭되지 않는다. 이치코는 끼니가 끝나자마자 다음 끼니를 준비해야 하고, 겨울이 끝나자마자 다음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치열한 삶이다. 이것은 단지 노동의 가치 혹은 땀의 소중함 같은 단순한 말로는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노동은 한편으론 고통스러운 것이며,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을 죽여야 한다. 그 죄책감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그럼에도 온전히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이치코가 부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관객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각자 다양할 것이다. 이치코의 삶을 동경하거나 자연의 이미지가 주는 편안함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전편에 비해 요리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대신 드라마에 더 집중하는데 이로 인해 영화의 메시지는 더 분명해졌다. 이치코에게 요리는 엄마와 연결되는 수단이었다. 요리를 통해 엄마를 가구처럼 대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며, 욕망과 꿈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단지 요리가 아니라 요리가 소환하는 기억과 사유가 그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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